[위투게더] 애경·인트리 '봄날' 열어 한부모가족 새삶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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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 담아 서울 가회동 한옥서 미혼모 특화 상담공간 운영
13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미혼모 복합 상담공간 봄날에서 이철희 멘토(왼쪽)와 최형숙 인트리 대표(가운데), 임금희 애경산업 경영지원부문 경영관리팀 차장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애경산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영하권의 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 고택엔 봄날이 찾아들고 있다. 애경산업과 미혼모협회 인트리가 한부모가족에 보내는 따뜻한 관심 덕이다. 미혼모들은 상담실과 사무 공간, 거실로 이뤄진 '봄날'에서 새싹을 틔우고 있다.   

가회동에 둥지를 튼 봄날은 24세 미만 미혼모에 특화된 복합 상담공간이다. 안동장로교회로부터 주택을 기증받아 지난해 12월20일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임금희 애경산업 경영지원부문 경영관리팀 차장과 최형숙 인트리 대표를 봄날에서 만나 양측이 함께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애경산업과 인트리 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사회공헌 업무를 맡은 임금희 차장은 미혼모 상담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내부 회의를 거쳐 후원을 결정했다. 생필품을 주로 만드니,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물품을 후원해왔지만, 사업비 지원은 처음이다.

"호소할 곳이 없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사회의 관심도 떨어져 있었죠.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두고, 상담을 통해 앞으론 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려고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인트리 측을 만났을 때 열의가 넘쳐서 얼른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후원금을 늘려 전국 도별로 상담소를 만들고 싶다던 인트리 대표 꿈을 이뤄드리고 싶어요. 미혼모가 서울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만만치 않겠지만, 차차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 미혼모 이용시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봄날에 들어서면 최형숙 대표와 이철희 멘토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봄날에 상주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미혼모와 개별 상담하거나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병원비나 식비를 비롯한 생활비가 없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금전적 도움도 준다. 배움이 필요한 이들에겐 시설이나 기관을 연결해준다. 상담소 밖에선 서울·경기 거주 멘토들이 현장 지원을 나간다.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이들은 10대부터 40대까지. 아이를 여성이 낳기 때문에 미혼모가 대부분이지만 미혼부도 드물게 상담소를 찾는다. 지난주엔 아빠들 모임도 열었다. 

"지지해주는 가족이 없어서 힘들거나 자녀 양육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아이 아빠 때문에 분노가 생길 때, 조금이라도 맘이 편해지게끔 들어주고 조언해줘요. 미혼모로서 아픔을 겪어봤기에 상담소를 찾는 이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죠. 

아플 때 손잡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작년 경기 파주와 제주도에서 미혼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어요. 곁에 누군가 함께 울어줄 사람만 있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거든요. 멘토들은 전국에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를 만나고, 집을 찾아 아이를 키우는 방법부터 빨래를 개고 살림하는 것까지 가르쳐주기도 합니다."(최형숙 인트리 대표) 

멘토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성폭력 전문 상담사 교육을 받은 이들 중 진정성 있게 활동할 사람 위주로 뽑았다. 사회복지나 유아교육 전공자가 많은데, 멘토들 역시 미혼모다. 나이나 소송 여부, 부모님과 관계처럼 처한 상황을 따져 멘티와 짝을 이룬다. 멘토들은 현재 상담사 심화 교육 과정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들의 전문성을 키워 팀을 꾸리는 게 최 대표 목표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둥지를 튼 미혼모 상담공간 봄날 (사진=애경산업)  

최 대표는 최근 애경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외로 가족캠프를 간 일도 소개했다. 1년에 두 번 국내로 캠프를 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 대표가 한번으로 줄이는 대신 해외로 가자고 고집을 부렸다. 미혼모가정 자녀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초등생들은 방학이 끝나면 여행 다녀온 곳을 자랑하지만, 사정상 비행기를 한번도 못 타본 아이들이 많다. 최 대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사비로 나이키 신발을 사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봄날에선 30명의 신청자를 받은 뒤 자문위원과 함께 해외에 나가보지 못한 가정을 선별해 필리핀 보라카이 섬에 다녀왔다. "새벽 4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버스와 배까지 갈아탔는데, 아이들이 피곤한 기색도 없이 물에서 나오질 않더라고요. 석양이 너무 예뻐서 미혼모, 아이들과 와보고 싶었어요. 애경에서 소원을 이뤄준 거죠. 아이들은 건강히 잘 크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도움을 받아본 아이들이 나중에도 베풀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임 차장은 "가족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여행만큼 효과적인 지원은 없다"며 "여행을 준비하는 한 달간 설렘은 다녀온 뒤 1년 동안 흥분으로 이어진다. 형편이 어려워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가정을 위해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날에선 두 번 잔치도 열었다. 탄자니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내담자의 아기 백일, 청소년 미혼모의 아기 돌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최 대표와 이철희 멘토가 잔칫상을 차리고, 내담자의 친구들도 불렀다.

"고맙다고 카페에 글도 올려주고, 뜨개질한 수세미를 가져오거나 한과 봉지를 주기도 해요. 돈 받으며 일하고 선물까지 생기죠. 나중에 간담회를 열어 애경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했는지 알리고, 따뜻하게 나누고 싶어요. 애경이 큰 도움 줘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맙단 인사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가 상담소를 통해 이루고 싶은 소원은 이름에도 녹아있다. "봄날이란 이름은 제가 지었어요. 사실 전체 이름은 '너와 나 그리고 봄날'인데, 앞부분은 애경에서 붙여줬죠. 제가 어릴 때 5살 많은 언니가 저를 업고 햇볕이 내리쬐어 따뜻한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기억이 있어요. 생생한 그 시절을 떠올리며 미혼모들이 엄마로서, 한 여성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봄 햇살 같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습니다. 누구나 아픈 기억이 있고, 어려울 때도 있는데 상담소를 찾은 분들이 다 역경을 이겨내고 아이랑 따뜻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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