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직된 디지털결제 시장, 해법 찾아야
[기자수첩] 경직된 디지털결제 시장,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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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적용할) 인증 기준이 없습니다. 기다려보세요." 한 핀테크 사업자가 카메라 결제기술을 두고 지난해 여신금융협회 문의한 결과 받은 답변이다. 6개월이 지나 해당 인증기준은 마련됐으나 또 다시 얼마나 걸려 상용화 길이 열릴 지 모른다.

카메라 결제기술 뿐만 아니다. 지난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결제 관련 핀테크 업체들은 계속되는 '인증' 절차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금융당국이 소위 '길을 열어준다'는 명목 아래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용화는 아직이다. 보안 인증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 핀테크 업체는 "애초 인증기준이 없던 것을 만드는 데 까지 이토록 시간이 많이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반문한다.

당국에 호소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다.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외에 인증 및 기타업무는 협회에 일임했다는 입장이다. 협회가 촘촘한 규제로 장벽을 낮추지 않고 있는 사이 국제브랜드사, 핀테크(카카오페이 등)사 등 결제관련 사업자들은 앞다퉈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국제브랜드사의 혁신이다. 국제브랜드사는 일반 신용카드사와 달리 국내 협회 인증을 따로 받지 않는다. 

최근 마스터카드,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등 글로벌 카드 브랜드 4사는 전자상거래 내 카드결제시 브랜드사 구분 없이 공동 이용 가능한 온라인 통합 원클릭결제솔루션 '클릭투페이' 도입을 예고했다. 온라인 결제시 카드번호 입력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카드결제 진행이 가능한 간편한 원클릭 결제로 대체하겠다는 포부다.

업계는 국내 신용카드사로 국한된 결제시장의 경직성이 핀테크사에 주도권을 내어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와 협회는 보안인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높은 장벽으로 새로운 결제기술 사업자들이 손쉽게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손바닥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핸드 페이' 단말기를 개발하는 등 거대 핀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금융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지만, 정작 카드업계에서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이 허용된 적은 드물다. 

새로운 디지털결제기술이 이토록 상용화가 늦어지는 건 누구의 탓일까. 올해부터는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를 시작으로 안면인식·핸드페이 등 각종 디지털 결제 솔루션이 쏟아져 나온다. 이대로라면, 언제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와 협회가 합심해 길을 열어줬지만 이처럼 예상 밖의 규제가 지속되는 환경이라면 향후에도 혁신서비스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과도한 규제나 장벽을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과 협회가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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