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통화 완화정책 상충 안돼"···정부 손 들어준 한은
"부동산 정책, 통화 완화정책 상충 안돼"···정부 손 들어준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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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집값 대책에 맞춰 당분간 금리동결 지속 예상
비둘기 금통위원 2인 소수의견···금리인하 기대감 여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오늘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오늘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공조) 차원에서 당분간 금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연 1.25%)로 운영하며 늘어난 유동성 증가에 한은도 만만찮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인하 불씨는 살아있다. 저성장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두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일단은 정부 정책에 함께하며 금리를 묶겠지만 기존 정책 스탠스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을 암시한 '운용의 묘'다. 

한은은 17일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동결 결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경기부양을 주된 목적으로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린 바 있다. 

채권전문가 99%가 이달 금리동결을 예견한 상황이라 충격은 미미했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금융시장의 관심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한은이 손발을 맞출 가능성에 쏠렸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고강도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된 원인 중 하나로 풍부한 유동성을 언급했다. 저금리가 장기화 하면서 낮은 조달비용과 보유부담 하락 등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가 주택 수요 확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일단 발 맞추겠다는 한은 = 한은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정부 들어 수차례 나온 부동산 정책 '약발'이 한은이 그동안 유지해 온 저금리 정책에 희석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금리 외 여러 요인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통화정책에 쏠린 시선을 돌리는 데 주력했다. 

이날도 마찬가지.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금리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하고 있다"는 기존 답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도 보였다. 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으로 판단 한다"면서 "정부의 현재 부동산 정책이 현재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유지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화기조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것이냐 하는 것은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위한 정부와의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고려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 대책에 호응해 금리를 동결시키거나 인상할 수 있냐는 게 질문의 본래 취지고, 이 총재는 금융안정 수준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면서 사실상 당분간 금리동결 지속 여지가 더 크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늘어난 금통위 소수의견 →금리인하 불씨는 남겨 = 그러나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날 금통위에선 신인석 위원과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때는 신 위원만 인하 의견을 냈는데, 이달 두 명으로 늘어났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이라며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려면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요구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가격 턴어라운드(Turn Around), 수출 및 11월 산업활동 동향 등 경제 회복을 점칠 수 있는 긍정적 재료들이 속속 나오긴 하지만 지난해 극심한 부진의 기저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단적으로 현 금리수준(연 1.25%)은 지난 2016년과 같지만 경제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2016년에는 한국의 실질 성장률이 2.9%, 근원 물가상승률이 1.6%, 잠재성장률이 2.7~2.8%였다. 올해는 한은의 전망치를 인정해도 같은 기준 2.3%, 0.8%, 2.5~2.6%에 그친다. 현 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인 수준인지 여전히 물음표가 뒤 따른다는 지적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물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우려하는 위원들이 소수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적어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하는 있을 것으로 보며, 2분기 중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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