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주춤'·목동 '잰걸음'···재건축 단지 '호가 전쟁' 
[르포] 강남 '주춤'·목동 '잰걸음'···재건축 단지 '호가 전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17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한 달. 서울 재건축 시장은 '호가 전쟁'이 한창이다.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일대가 호가 유지를 위해 버티기에 들어갔다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목동 재건축 단지는 값이 매섭게 뛰고 있다. 결이 다른 신경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호가와 관계없이 거래는 전반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올해 또다시 '초강력 대책'을 예고한 터라 당분간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목동 등지로의 수요쏠림이 이어지는 만큼 지역별 간극이 커질 여지가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남권 '빙하기' 도래···급매물 속출

17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이날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근 거래시장 분위기를 '빙하기'로 요약했다. 연이은 규제 탓에 사지도 팔지도 않는 장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물론, 호가도 하락세를 탔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다 정부가 12.16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은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21억3000만원에 거래된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중층 기준)는 현재 2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19억원에 급매물이 나와있으며, 전용 82.61㎡(중층)는 전달 22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달리 19억 중후반대 '급급매물'도 등장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더는 못 내리겠다'라며 버티는 사람도 많다"면서 "거래는 끊긴 지 오래고, 지금은 눈치보기만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대표적인 단지다. 3주 전만해도 20억3000만원에 팔렸던 전용 76.79㎡(저층)는 19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19억5000만~19억6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된 물건도 협의를 통하면 더 낮은 값에 거래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언이다.

급한 것 없는 집주인들은 시세 하락을 방어하고자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오는 6월까지 예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노리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매도자들로 호가 조정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이전에도 거래가 많지 않았는데, 대출이 금지된 후엔 영 잠잠하다"라며 "보유세 압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등 악재를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부 나오고 있어 호가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모금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모금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갈 길 가는' 목동, 재건축 청신호에 호가↑

반면 같은 날 찾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단지 일대는 규제 영향에 대해 비교적 덤덤한 반응이었다. 단지마다 넓은 평수의 경우 규제 타깃인 15억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규제와 상관없이 정비사업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기 바쁘다는 전언이다.

강남과 달리 목동 지역은 되레 매물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신시가지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후부터다. 올해 초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1차)을 통과한 후 나머지 단지들도 정밀안전진단을 서두르며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안전진단 비용 모금에 나선 단지들은 하루라도 먼저 진단을 신청하고자 속도 경쟁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목동 1단지는 모금 접수 3일 만에 약 3억원의 비용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목동 2단지도 일주일 여만에 안전진단 신청을 끝냈다. 

목동 7단지는 이날 안전진단 모금을 마감하고 오는 20일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7단지까지 안전진단 신청을 마치면 비용을 모금하고 있는 3·10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와 함께 안전진단 절차를 밟는 단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3억원 모금을 목표로, 현재 2억8000만원을 넘어섰다"라며 "세대당 70만원씩 걷고 있는데, 재건축 의지가 강한 주민은 비용을 두 배로 내기도 한다. 주말에 주민 투표를 거쳐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은 자연스레 호가를 떠받치는 중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 전용 95㎡(저층)의 경우 10월 15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17억6000만~1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7단지 전용 66.6㎡(고층)도 15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4억원 후반~15억원 초반대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가 상승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가 규제가 나와도 호재가 분명한 곳은 값이 더욱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권은 최근 1~2년간 값이 많이 오른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클뿐더러 규제 여파로 관망세가 짙다"라며 "고강도 추가 대책이 예고된 가운데, 강남권과 비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대한 양극화 흐름은 꾸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