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40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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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지난해의 고용율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고용율은 60.9%로 지난 1997년 역시 60.9%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떨어져 있던 고용율이 지난해에 다시 회복된 것이다.

그런데 15세 이상 65세 이하의 전 연령층에서 고루 고용율이 증가했지만 유독 40대에서만 전년 대비 0.6%의 감소를 보였다. 노동시장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40대의 이 같은 고용율 감소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많다.

그런데 왜 유독 40대에서만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 단순하게는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그렇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 또한 중요한 이유인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밖에도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사회적 특성도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첫째는 일단 한국사회의 산업구조 변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하다. 1960년대의 농업사회가 반세기만에 1, 2, 3차 산업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징검다리 건너듯 껑충껑충 뛰어 건너가고 있다. 당연히 직업 일선에서는 그 변화를 수용하는 수준에 따른 많은 편차들이 개개인의 삶을 가른다. 그런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40대 즈음에 가장 격렬하게 맞서게 만든다. 나아가거나 탈락하거나 그 결과에 개개인이 책임지도록 요구되는 제 1선에 서야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사회가 현재의 40대부터 인구의 급격한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노동인구수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고 그런 변화는 이 세대의 가치관 또한 이전 세대와 결을 달리 하게 만들었다. 집단주의의 거의 완전한 몰락을 초래한 세대이기도 하다.

셋째로 지금의 40대는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딜 즈음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취업에서부터, 혹은 취업 직후의 불안한 직장생활, 조기 해고 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당시 구조조정의 역풍을 가장 젊은 세대들이 최일선에서 맞닥뜨려야만 했던 참으로 불운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런 경험은 이들 세대에게 직장생활의 안정성 보장을 꿈꿀 수 없게 만들었고 그만큼 직장에 대한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명확한 통계가 있는지는 과문한 탓에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가장 많은 이직, 전직을 경험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직업적인 불안정성 탓인지 개인주의적 경향성이 커진 까닭인지 이들 연령층의 결혼 비율이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40대 미혼율이 20%대라고 들었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직장생활에 목매야 할 이유를 감소시킨다. 소위 말해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억지로라도 직장생활에 매달려야 할 긴박감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어찌 보면 호사라 할 수 있는 이런 식의 형편 좋은 자율적 실업상태를 누릴 사람들의 비율이 결코 높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세대적 공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상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40대쯤에 한번쯤은 ‘쉬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정신없이 일에 쫓기며 살다 적당히 일의 요령도 생길 시기이고 신체적으로는 한창 젊은 시절에 비해 피로를 자주 느낄 나이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중간 간부 이상으로 승진해 있을 터이니 위·아래 샌드위치가 되어 정신적 피로감은 월등히 커질 때 아닌가. 특히 위험할만큼 불안정한 직장생활을 경험한 세대로서 지금의 창의적이고 발랄한 젊은 세대들 앞에서 이전 세대들이 누릴 수 있었던 권위 따위는 감히 들이댈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20~30대 젊은 후배들 눈에는 이미 기득권층으로 치부되며 스스로의 입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손에 쥔 것은 별거 없는 것 같고 위로부터는 여전히 쪼이는 처지인데 후배들은 시대적·세대적 책임을 따지고 들고 자칫하다 꼰대로 몰리기나 한다면 딱히 대응할만한 해법도 없을, 그런 시기에 직면해 있는 거다.

대부분의 상황은 유독 현재의 40대들만 겪는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40대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특히 불운한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 이전 세대들이 겪은 가난을 대물림하지는 않았고 물질적으로는 분명 나아진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틈새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세대인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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