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경영참여"···셈범 복잡해진 한진家 경영권 분쟁
반도건설 "경영참여"···셈범 복잡해진 한진家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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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2% 늘려 8.28%로 확대, '캐스팅보트' 부상
3월 주총 앞두고 주요 주주간 합종연횡 가능성
조현아 측과 접촉설..."한진家 경영권 장담 못해"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김태동 기자]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3대 주주인 반도건설이 지분을 추가 매수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한진家의 대한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11일 재계 및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의 계열사인 대호개발은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을 6.28%에서 8.28%로 늘리고,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바꾼다고 10일 공시했다.

최근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주요 주주가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대호개발은 "세부적인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 관련 행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 참여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 활동은 임원의 선임, 해임, 직무정지뿐 아니라 회사 정관 변경, 합병 등 범위가 포괄적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도 "현재 지분이 8%를 넘어선 상황이라, 주요 주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경영권 참여'로 공식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을 꾸준히 올리고, 지분 보유 목적을 바꾼 것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구성을 보면 조원태 회장 몫은 6.52%에 불과하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누나 조 전 부사장(6.49%),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총 28.94%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표출된 집안내 갈등을 보면 가족들이 조 회장 편을 들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꾸준히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해 현재 17.2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 라인'을 의결한 터다.

그동안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해왔다. 이런 이유로 반도건설은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됐었다.

그런데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반도건설이 KCGI와 국민연금 등과 손잡으면 조원태 회장 등 한진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서 한진가로서는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루는 한진칼의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요 주주 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 회장은 주총에서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연임에 실패, 그룹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한 중견 건설사다. 1980년 부산에서 설립됐고 아파트 브랜드 '반도 유보라'를 공급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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