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수요" vs 시장 "공급부족"···주택시장 혼란 가중
정부 "투기수요" vs 시장 "공급부족"···주택시장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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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재개발·재건축 규제 고삐 풀어야"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pixabay)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pixabay)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장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주택 물량난을 호소하는 시장과 달리 정부는 집값 급등 원인을 '투기수요'로 진단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과 함께 규제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치자 시장에선 공급부족 우려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시장 상황을 반영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서울 부동산 공급은 충분하지만, 서울 외 거주자와 다주택자 등 실수요보다 투기수요가 확대됐다"면서 '공급부족론'에 전면으로 반박했다.

정비사업 규제책으로 인한 서울 내 공급부족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이다.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서울시의 판단에는 준공을 기준으로 한 공급량이 근거로 작용했다.

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택 공급 물량은 △2008~2013년 연평균 6만1000가구(아파트 3만4000가구) △2014년~2019년 연평균 7만8000가구(아파트 3만6000가구)이며, 오는 2020~2025년에는 연평균 8만2000가구(아파트 4만9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됐다.

총량을 따져봤을 때 주택 공급이 늘었으나, 외지인 투기나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물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측 주장이다. 서울 거주자가 아니지만 서울에 주택을 갖고 있는 주택 보유자는 2018년 38만4153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14.9%에 이른다.

그간 정부는 서울의 주택 공급물량이 적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16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현재 서울에는 매년 4만 가구 이상의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일종의 '공포마케팅'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멸실가구가 감안되지 않은 데다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의 영향도 반영되지 않아, 주택공급 전망치가 실상황에 비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크다.

실제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출규제 강화, 안전진단 강화 등 요인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일부 단지에선 정권이 바뀐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게 낫겠다며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을 통해 나오는 물량이 전체 공급물량의 80% 수준이라는 점, 최근 시장 상황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물량의 공급이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주택이 공급된다고 하더라고 분양권·입주권의 전매가 막혀있을 뿐 아니라 청약을 노리자니 가점이 치솟은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멸실가구를 추가해 공급물량을 살펴보면 정부의 집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지금도 공급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여러 규제들로 인해 공급물량이 더욱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공급 시그널'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만큼, 향후 서울에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정부의 상황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다. 서울, 특히 주거 선호 지역 내 공급을 늘려야 집값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는 정부의 인식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면서 "공급을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관련 규제 완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공급물량은 실질적으로 입주물량이 얼마인지가 관건"이라며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공공성 요구, 깐깐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외관 강조 등을 완화하고, 정부는 또다른 불안을 야기하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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