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끈·테이프 없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풍속도 
[르포] 끈·테이프 없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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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사용 독려 위해 1일부터 제공 중지···불편한 소비자 "전형적 탁상행정" 분통
8일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손님들이 종이박스로 포장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지수 기자)
8일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손님들이 종이상자 안에 상품을 담고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손잡이도 없는데 이 무거운걸 어떻게 들고 가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60대 여성이 직원에게 화를 냈다. 부산에서 왔다고 밝힌 그는 장보기를 마친 뒤 자율포장대를 찾아 종이상자 안에 상품을 담아가려다 끈과 테이프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그는 종량제 봉투 두장을 사서 상품을 담아야 했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끈과 테이프가 사라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손님들은 잘 몰랐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 종이상자만 남기고 끈과 테이프를 치웠다. 지난해 8월 환경부와 맺은 자율협약에 맞춰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날 찾은 대형마트 곳곳에 끈과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불만을 드러내는 손님이 많았다. 끈이나 테이프 없이 종이상자 안에 상품을 담았다가 쏟아져 낭패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를 보고 종이상자를 딱지 모양으로 접거나 작은 종이상자 2~3개를 더 챙겨서 아래가 터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어르신들은 끈과 테이프 없이 종이상자 안에 상품을 담아가다가 "허리가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50대 남성은 "얼마 전 수술해 허리가 안 좋다"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손잡이라도 뚫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직접 테이프를 가져오거나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가져온 손님도 눈에 띈다. 한 주부는 "식구가 많아 3~4일에 한 번씩 퇴근 후 장을 보러 오는데, 끈이 없으니 양 손으로 집가지 들고간 다음날 근육통이 생겼다"면서 이날은 직접 테이프를 가져왔다고 했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곳곳에 테이프와 끈이 없어진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는 모습.(사진=박지수 기자)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곳곳에 테이프와 끈이 없어진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다음날 찾은 다른 대형마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의 대형마트에도 자율포장대 앞에 포장용 끈과 테이프가 사라졌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지만 손님들은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는 "환경보호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들고갈 것을 생각하면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1500원짜리 테이프를 사서 포장하는 손님도 보였다. 그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끈이나 테이프가 없는데 종이상자가 무슨 소용이냐"고 꼬집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감안해 대형마트에선 대용량 장바구니를 만들어 보증금 3000~4000원씩 받고 빌려주거나 팔고 있다. 보증금은 장바구니를 반납하면 돌려준다. 

그러나 대용량 장바구니의 회수율이 낮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은 15~30%에 그쳤다. 보증금을 돌려줌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환경부 조사 결과 3대 대형마트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은 658t에 이른다. 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축구장(9126㎡) 857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환경부는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이 2014년 4만9915t에서 2017년 5만3490t으로 늘었는데, 이 중 30% 정도가 포장재에서 나온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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