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인공지능, 직업 그리고 교육
[홍승희 칼럼] 인공지능, 직업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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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t, AI)이 벌써 빠르게 진화하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고 알고 있고 그것이 인공지능을 생활 속으로 끌고 오는 데 한계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인공지능의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아이비엠(IBM)의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열린 표현 학습 국제 학회(ICLR)에서 ‘신경-상징 개념 학습자’(NSCL·Neuro-Symbolic Concept Learner)라는 새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소개된 글의 내용이 퍽 복잡해 보이는데 요약하자면 적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통해 작업에 필요한 자체 데이터를 확장시켜 나가는 개념인 셈이다. 이런 개념은 생활로봇의 형태를 보다 다양화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문제는 이렇게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경우 현재의 직업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실업자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단순 노동 분야에서부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기계화가 진행되던 초기에도 그랬고 기술발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인류는 일자리에 위협을 느끼곤 했으나 인류는 여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단순 노동에서 보다 고급화된 노동으로 전이되어 갈 뿐 인류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 진보가 이루어질수록 인류는 보다 창의적인 역할을 요구받아 왔고 좀 더 종합적인 판단력이 필요해졌다. 과거와 달리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암기된 많은 지식보다는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는 일이 더 중요해지겠지만 인류가 하는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힘을 각인시킨 사건은 어쩌면 산업현장에서보다는 과거 우리의 천재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인간을 압도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보의 양보다는 인류의 집단지식이 결합된 인공지능의 그것이 월등할 것이니 그런 식의 대결 자체가 인공지능의 힘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는 없는 일이었을 테지만.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사로잡힐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우리가 창의적인 미래세대를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덮어놓고 외우라고 강요하는 식의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인데 지금과 같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교육평가로 그런 교육풍토를 바꿀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일일 터다.

그동안에도 우리의 교육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서 주산이라는 걸 배웠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법한 주판을 저마다 장만하고 그걸 이용해 계산하는 방법을 능숙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학습 받았다.

전자계산기가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은 학습에 이용하는 걸 거부하는 교육계 반응이 있었다. 계산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아마도 무슨 신화시대의 얘기냐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수첩도 사라져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물론 장년층들조차 수첩 대신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종이책, 종이신문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인터넷에 그 자리를 물려줘가며 차츰 그 영향력이 약화돼 가고 있다. 교육은 그런 사회 환경의 변화, 기술의 진보에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교육의 방향 선회는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물론 아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 잠도 못 자게 시험 준비시키는 극성스러운 부모 노릇 대신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역할이 유용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그동안은 ‘어떻게’에 집중해왔던 교육 기술들을 ‘왜’에 답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진보된 미래 기술 사회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지 않겠는가. 부모를 비롯한 모든 기성세대는 어린이나 젊은이들보다 몇 십 년 더 많은 경험을 했다는 자부심 대신 몇 십 년 낡은 지식과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겸손함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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