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둘 일 수는 없다"···미래에셋 vs 한투, 올해 승부는?
"태양이 둘 일 수는 없다"···미래에셋 vs 한투, 올해 승부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각 사)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몇 년간 실적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증권업계 '맞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치열한 경쟁 체제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압도적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공격적 글로벌 투자에 나서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 대형사 중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IB)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는 각오다.

◇순이익 수년간 호각세···지난해는 한투 우위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동안 실적에서 '용호상박' 대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2분기까지 각각 3번의 승리를 나눠가졌지만, 올 3분기 미래에셋대우로 기운 상태다. 

다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5333억원을 거둔 한국투자증권이 80억원가량 근소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다. 두 곳 모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벌어들였고, 순익 2위군인 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이하 3000억원대)의 추종을 불허했다.

4분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도 더 높게 추정되고 있는 한투증권이 연간 실적 선두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첫 해인 2017년부터 3년간 연간 순이익에서 한국투자증권을 한 번도 앞서지 못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분기 말 기준 연환산 15%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가 6%대에 그치고, NH·KB·삼성증권이 10%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사 중 단연 선두다. ROE는 기업이 투자된 자본을 활용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해당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9조1562억원으로 불어났다. 2018년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 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번에 9조원까지 넘어섰다. 2위인 NH투자증권(5조3181억원)보다 4조원가량 격차를 보인다. 압도적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에 나서 굵직한 딜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있다.

◇ 글로벌 IB 도약 vs 10년 성장 시스템 구축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해외 영토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약 3조원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을 앞세워 강화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투자 엔진을 폭넓게 가동했다. 해외법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세전 순이익 1239억원을 냈는데, 전체의 17.5% 비중을 점한다. 홍콩과 런던, 미국, 인도 법인에서만 약 906억원을 거뒀다.

올해도 해외에 집중해 괄목할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탑티어 IB 도약'을 강조했다. 올해 전인미답의 자기자본 10조원 달성이 유력한 가운데,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자신했다. 자본과 순익 모두 1등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타사와 비교해 확실히 우위에 있는 글로벌 강점 등을 활용,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글로벌 탑티어 IB 도약' 목표 달성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증권업계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한 IB를 무기로 견조한 실적을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초대형IB 지정 이후 더욱 다각화된 수익 포트폴리를 통해 검증받은 이익체력을 한층 더 키운다는 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IB부문을 중점으로 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27년간 IB업무를 맡아온 '정통 IB맨' 정일문 사장의 의지로, 회사 실적의 다수 비중을 점유하는 IB부문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3개 본부로 분리됐던 IB본부 위에 IB그룹을 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함께 PF그룹으로 묶어 본부간 시너지를 높인다. 리서치센터는 기존 5개부서를 3개부서로 통합하면서 IB 등 리서치 자원을 필요로 하는 부서에 일부 인력을 전진배치 했다. IB부문의 대표 역할을 할 IB부문 그룹장 자리 두 개(IB그룹장·PF그룹장)도 신설했다.

정일문 사장은 올해를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향후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더욱 세밀하게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투자은행(IB)·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은 신설 그룹장 체제에서 경쟁 심화와 규제를 넘을 수 있는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운용부문은 대외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운용 성과를 위해 전문성 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 공정위 조사 마무리vs신뢰 회복 주력

미래에셋대우가 해외에서 영토를 확장, 글로벌 일류IB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수년간 '반쪽짜리' 초대형IB로 머물러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된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로 박현주 회장 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며 미래에셋을 2년 넘게 조사해 온 까닭이다.

그 사이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IB 지정과 동시에 발행어음을 인가 받아 시장을 선점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후발주자로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공정위의 전원회의에서 미래에셋의 최종 제재수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박 회장이 사익 편취한 사실이 없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지만, 반대 상황이 될 경우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물론,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인 종합투자계좌(IMA) 진출도 무기한 답보 상태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잇단 압수수색으로 홍역을 치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조국 법무부 장관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모두 지난해 9월에 이뤄졌다. 한투증권 프라이빗 뱅커(PB) A씨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을 도와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앞서 7월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 여파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주선을 맡았는데,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간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던 증권사 거래시스템을 개선에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유령채권' 사고의 장본인이 됐다. 지난해 9월, JTBC 회사채 800억원어치에 대한 매도 주문이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 회사채의 총 발행액(510억원)을 크게 웃도는 '유령 채권'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증권사 측이 거래를 취소해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서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나 유진투자증권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와 유사하는 점에서 증시 거래 시스템에 신뢰성 문제가 부각한 바 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이 "철저한 내부통제체계를 구축, 고객 신뢰 회복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고 주문한 만큼, 이에 대한 각고의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