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이란 충돌'로 불확실성에 휩싸인 유가···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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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조짐...韓 산업계도 긴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 주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비행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19% 이상 폭등했다.(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의 보복 조치, 양국의 마찰 강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카셈 솔레이마니가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에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1%(1.87달러) 급등한 63.05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의 최고치다. 당시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3.7%(2.45달러) 오른 배럴당 68.7달러를 기록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31일에는 반미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했고, 이같은 사건은 솔레이마니 제거로 이어졌다. 이란이 보복하겠다고 나서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대상으로 공습을 감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2018년 이란 핵합의 탈퇴를 계기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복원했지만 군사적 행동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피격 등의 사건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내부 비판과 맞물려 지난해 말부터는 군사적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새해 벽두부터 발생한 변수에 원유 시장은 들썩였다. 정부는 지난 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석유·가스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 대책을 점검했다.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원유 수급 자체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불확실성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원유 수입 점유율을 살펴보면 사우디산 원유가 2018년 기준 단일 수입국으로 가장 높은 29%로 집계됐다.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늘면서 중동으로부터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2016년 10.4%에서 2018년 5.2%로 급락했고, 미국산 원유 수입은 0.2%에서 5.5%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이란산 원유 도입이 금지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은 수입처 다변화에 몰두해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재 국내에 도입 중인 이란산 원유가 없고 중동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며 "국제적으로 초과 생산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은 국제유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등의 진원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운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석유시설 공습 등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유가 급등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안전성 등 장기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한국의 높은 의존도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석유컨퍼런스에서 이재승 고려대 교수는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선택적 개입으로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기 때문에 해상 수송로 안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제 석유지정학의 리스크 요인 중 상당수가 미국의 에너지 및 외교정책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및 콘덴세이트 65%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이 해협을 통한 한국의 수입 의존도는 2016년 약 84%에서 2018년 7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면전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차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면서 "양측이 전면전에 돌입한다면 유가의 추가 급등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사우디 사태와는 달리 미-이란 갈등 고조의 경우 원유 수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정유시설 공습 직후 WTI 가격은 전일 대비 14.7% 급등했지만 이번 이란 리스크에는 3.1% 상승에 그쳤다. 반면 미 국채 금리는 사우디 사태 당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금 가격은 일간 상승폭 기준 약 2배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와 금 가격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 혹은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란 측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마찰 강도를 기준으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양국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경우로, WTI 기준 유가는 공습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 내외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간헐적인 국지전과 사이버 테러 등이 발생하는 교착 상태로, 65~70달러 내외에서의 등락이 예상된다. 마지막은 미국의 보복, 이란의 미국 기지 공습 등으로 인해 75~85달러 수준에서 유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구조적인 유가 급등 가능성이 낮고 원유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다만 향후 이란의 국지적인 도발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기반한 민감도가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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