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9개월 만에 늘었다지만···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
경상수지 9개월 만에 늘었다지만···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1월 경상흑자 60억불···전년比 9개월만에↑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 더 커→불황형 흑자기조 뚜렷
한은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 570억 달러 달성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5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동월 대비 9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품수지의 감소폭이 1억달러에 그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며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6억6000만달러 적자에서 5월(48억100만달러) 흑자 전환한 뒤 7개월 연속 전월비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전년동월(51억3000만달러)에 견줘서도 8억4000만달러(16.3%) 늘어난 수치다. 월별 경상수지가 전년동월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은 상품수지의 감소폭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11월 상품수지 흑자는 73억9000만달러로 전년동월(75억달러)보다 감소했지만 그 폭은 1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한은은 2018년 11월부터 반도체 초호황기가 끝나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기저효과가 주된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문제는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속폭보다 더 커지면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불황형 흑자는 경기 불황기에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 경상수지 흑자가 나는 현상이다. 실제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0.3% 줄어든 465억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11.7% 축소된 391억1000만달러였다. 수입 감소율이 수출보다 더 컸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증감률로 따지면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금액은 수출이 더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수출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12개월 연속, 수입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부진과 더불어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은은 11월 수입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문소상 금융통계부장이 2019년 11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문소상 금융통계부장이 2019년 11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수지 적자는 개선세를 이어갔다. 11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8억9000만달러로 전년동월(-21억9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3억달러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9억5000만달러로 1년 전(-13억5000만달러)보다 4억달러 축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인과 동남아인 위주로 입국자 수가 전년동월 대비 7.9% 증가하면서 여행수입이 1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전(14억1000만달러)보다 늘어난 수치다. 또 출국자 수가 전년동월 대비 9.0% 감소하면서 여행지급은 25억9000만달러로 전년(27억6000만달러)보다 줄었다.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으로 나간 출국자 수가 21만명을 기록, 전년동월 대비 65.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움직임인 본원소득수지는 9억70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3억4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1월 중 53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1억5000만달러 늘었다. 금융·보험업,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1억4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의 경우 미국 증시 호조 속에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29억5000만달러 커졌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들며 18억8000만달러 줄었다.

파생금융상품은 2억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에서 환율 등 비거래요인을 제거한 준비자산은 19억1000만달러 불어났다.

한편 이로써 지난해 1~11월 경상흑자는 556억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의 연간 경상흑자 전망치(11월 기준)는 570억달러다. 한은 관계자는 "12월 14억달러 흑자만 나오면 무난히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