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내성' 부동산, 공급정책 묘수 아쉽다
[기자수첩] '규제 내성' 부동산, 공급정책 묘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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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초고가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의 의도대로 서울 집값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당장 전세값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23%) 0.04% 하락했다. 연말, 연초를 맞아 일시적으로 전세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학군 수요 증가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강남구는 0.49%나 올랐고 양천구는 지난주 0.56%에서 0.61%로 상승폭이 오히려 커졌다. 같은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08% 상승하며 2주 연속 상승폭이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급등하는 집값에 매매를 고려하던 실수요자들이 12.16대책 이후 대출길이 막히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자 주요 지역에서 전세로 눌러앉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부추기면서 전셋값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매매시장도 문제다. 대출이 막힌 고가 주택은 정부의 의도대로 당장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지는 등 상승세가 꺾였지만 반대로 대출 규제에서 벗어난 9억원 이하 주택에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높은 가격 따라잡기인 이른바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비조정지역에 눈을 돌리면서 수원, 대전 등 수도권 및 일부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비규제지역에서 분양한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의 무순위청약에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까지 대거 몰려들며 50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미 추가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헛발·뒷북 대책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지금까지 18번째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9·13대책 등으로 학습을 상당히 한데다 투자자들 역시 이미 신축 아파트 등을 사들여 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피해는 현금이 부족한 중산층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물론 지난해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개편했다고는 하지만 9억원 넘는 집은 대출이 안돼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결국 서민을 위한답시고 내놓는 정책들이 정작 현금 부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탁상행정에 불과한 셈이됐다.

이제부터라도 추가 대책을 운운하기 보다는 부동산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원인을 파악해 규제와 공급 정책을 배합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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