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후폭풍①] 서울 아파트 매매 양극화···9억 이하 '好好'
[12.16 후폭풍①] 서울 아파트 매매 양극화···9억 이하 '好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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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급매물 등장···영등포‧강북 등 집값 상승폭↑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3주가 지났다. 대책이 세금·대출·청약·공급 대책을 망라한 백화점식 규제인 탓에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2억~3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한편, 학군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역대급 규제'라고 평 받는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역·가격대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대출길이 막히자 강남권에서는 고가 아파트 위주로 급매물이 속출하는 반면, 비교적 규제에 자유로운 9억원 이하 주택이 몰려있는 곳은 가격 상승세가 여전하다. 

이번 대책의 초점이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맞춰져 있는 만큼, 서울 내에서도 국지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9억원 이하 매물로 수요 쏠림이 지속될 경우,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는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10%) 대비 0.08% 올라 오름폭이 축소됐다. 상승폭 둔화는 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0%에서 0.07%로 변동률이 0.03%p 줄었는데, 송파구는 0.15%에서 0.07%로 상승폭이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강남구는 0.11%에서 0.09%로, 서초구는 0.06%에서 0.04%로 각각 오름폭이 둔화했다.

대출이 전면 금지된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지자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수억원 싼 급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하향 조정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그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나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은 작년 고점 대비 2억~3억원 가량 호가가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중층이 21억3000만원에 거래된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는 새해 들어 19억5000만∼19억6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고, 직전 실거래가가 20억4000만원인 은마아파트 전용 76.79㎡ 역시 1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다.

이에 비해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의 수요가 늘고 있는 자치구는 대책 발표 이후 되레 상승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영등포구는 0.19% 올라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대폭 확대됐으며, 강북구(0.08%→0.09%)도 오름폭이 커졌다. 관악구(0.15%) 은평구(0.06%) 서대문구(0.04%) 등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들 지역에선 9억원 이하 매물의 호가가 가파르게 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73.13㎡는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1억원 오른 9억5000만원에 중층 매물이 나와 있다.

작년 11월 8억2000만원에 거래된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용 113.89㎡ 중층 매물 호가는 9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단지의 호가 역시 1억원가량 뛴 셈이다.  

시장에서는 12.16대책으로 조정된 대출 문턱이 강남권의 수요를 억누르는 한편, 비강남권과 수도권 9억원 미만 아파트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동안 아파트값이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갭 메우기'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함께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서울에 이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9억원 미만 또는 수도권·지방 아파트의 경우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서 "정책으로 투기수요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향후 가격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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