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2020년 동북아 형세 전망
[홍승희 칼럼] 2020년 동북아 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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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3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게 만든 지난해의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여파는 해가 바뀐 올 연 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일단 고비를 넘긴 듯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해도 좋을 만큼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일 경제전쟁 역시 일본의 태도변화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아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으로서는 미중 무역 분쟁이나 한일 경제전쟁 상황의 해소 못지않게 중요한 북미회담 역시 무언가 움직임이 나타날 듯 아닌 듯 미적지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중재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며 미국의 극단적 행동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당장 북한, 러시아 영토를 통한 물류노선 개척이나 러시아 자원의 수입문제가 걸려 있지만 북한의 개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는 현재의 답답한 상황 또한 작은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 무엇보다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커질수록 높아질 한국의 국가 신인도 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 디딤돌이 될 텐데 지금은 그저 트럼프의 손짓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평등한 대화의 기술 대신 자국의 강력한 힘에 의존한 관계에만 익숙한 미국을 설득하는 일도, 체제 안정과 정권 보장을 최우선시하는 북한을 달래는 일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게 북미 회담이지만 한국 정부는 어쨌든 그 둘의 손을 잡아끌어서라도 대화의 장에 앉히고 결실을 보게 만들어야만 한다.

현재 각국은 저마다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자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힘겨루기에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몰입한 상태다. 그동안은 그저 미국의 그늘 아래 세계사의 변방 자리에 안주해왔던 한국 역시 스스로의 변화된 위상과 그에 걸맞는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겪는 일이어서 국민들은 그 변화된 우리의 행보에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인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우리가 이래도 괜찮을 것인지를 걱정한다. 반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은 강대국의 눈치나 보던 그동안의 답답했던 외교의 틀을 벗어나 당당하게 할 말하는 현재의 상황을 상당히 기꺼워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정치군사적 부분과 경제통상 부분을 분리시켜 대응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그간의 미국>일본>한국으로 그려진 수직적 구도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외교 채널을 여는 다자외교의 틀을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일본과의 지소미아는 현재 명목상 숨만 붙어 있는 반면 새롭게 태국과의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국가들과의 지소미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0년 세계경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기대가 크지 않다. 특히 우리와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의 경제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본은 높은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부채를 늘려가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가 늦어지면서 미래 산업의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따라서 올해도 부진한 경제상황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한국 정부와는 표면적으로는 협상을 얘기하지만 기본 전제부터 대화의 판을 비틀고 있어서 한일 간 무역은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부적인 금융위기와 지방정부들의 디폴트 가능성을 예측하는 분석들마저 나오는 판이어서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런 분석들은 다분히 서구권의 시각에서 나온 것들이어서 공산당의 통제가 여전히 강력한 중국의 상황에 꼭 맞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 1인당 GDP 1만 달러의 문턱을 넘어서며 성장 속도 둔화를 견뎌내야 하는 중국 경제로서는 아마도 상당한 성장통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거기 더해 등소평의 충고를 무시하고 세계 패권국가로의 도약에 조급증을 보였던 시진핑 체제가 벌인 일대일로 사업이 여러 나라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서 중국의 고통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그래도 한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선전했고 올해의 전망은 더 밝다. 다만 그런 한국의 발목을 잡아 묶으려는 나라들이 너무 많다. 일본은 물론 우방은 단지 국방에 국한된 용어인 양 하는 미국 또한 우리의 가는 길에 자주 걸리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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