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정유·석유화학] 정제마진↓·공급과잉 '2중고'···새 먹거리 몰두
[2019 정유·석유화학] 정제마진↓·공급과잉 '2중고'···새 먹거리 몰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SK에너지 VRDS 공사 현장. (사진=SK에너지)
내년 1월 준공을 앞둔 SK에너지 VRDS 공사 현장. (사진=SK에너지)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올해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는 정제마진 하락과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을 겪으면서 힘든 한해를 보냈다.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이뤄진 설비 증설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에 석화업체들은 전통적인 사업 부문을 줄이고 배터리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에 나섰고, 정유사들은 비정유 부문을 늘리는 한편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기회로 삼고 저유황유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 'IMO 2020'으로 반등노리는 정유사들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은 올해 일시적 반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11월 셋째주에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주 평균 기준 지난 2001년 6월 이후 18년 만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 분기점은 4~5달러로 추산된다. 

공급과잉에 수요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정제마진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업계가 3분기에 수출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억2723만 배럴) 감소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2014년부터 이어지던 증가세가 6년 만에 멈췄다.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둔화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 증가 등의 요인으로 국내 정유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5% 줄어든 33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2조3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62.1% 급감한 1743억원으로 집계됐다. GS칼텍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9.3% 줄어든 32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8조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063억원으로 집계돼 52.8% 급감했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9% 줄어든 2307억원을, 매출액은 13.3% 감소한 6조234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77.6% 감소한 515억원에 그쳤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5조304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34.3% 감소한 1578억원을, 당기순이익은 78.4% 급감한 41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분기 대비해서는 영업이익이 늘면서 내년부터 적용되는 IMO 규제 시행 효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O는 2020년부터 세계 선박유 황 함량 상한선을 0.5%로 제한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시행한다. 해상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해서다. 2012년 4.5%에서 3.5%로 낮춘지 8년 만에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IMO 규제에 따라 선박유 시장은 기존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수요가 축소되고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선박용 고유황유 대체 규모는 하루 350만 배럴로, 이중 약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도 고도화 설비 투자에 나섰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입해 울산CLX 내 약 2만5400평 부지에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건설하고 있다. 시험가동을 마친 후 내년 3월부터 하루 약 4만 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가 생산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하루 27만4000 배럴의 고유황 중질류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11월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 가동을 개시하면서 벙커C유를 저유황 선박유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고도화설비 일부에 신기술을 접목시켜 초저유황선박유(VLSFO) 생산공정으로 변경하고, 지난달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 태양광·배터리·스페셜티···미래 먹거리 확보 몰두 

석유화학 하강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석화 '빅2'도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을 면치못한 가운데 태양광 수익성 개선에 힙입은 한화케미칼만 깜짝 실적을 냈다. 석유화학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이 향후 실적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9% 줄어든 3803억원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도 3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5% 줄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3분기 영업이익 6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다만 한화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6% 늘어난 1524억원을 기록했다. 업체 불문 전통적인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전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34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졌던 장기호황이 끝나면서 시황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 업체들은 불황 타개 방안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우선 LG화학은 전지 부문을 지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분기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이유는 전지 부문 흑자전환이 주효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특히 4분기에는 자동차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 흑자로 석유화학의 부진을 상쇄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의 합병으로 내년부터 '한화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꾸고, 화학·태양광·첨단소재 사업의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스페셜티 사업 확장을 위해 합병·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합병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영국 소재 PET 생산·판매 자회사인 LC UK를 매각했다. 질적 성장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