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29일 "정부와 정치권이 산업 현장을 깊이 살피고 기업과 소통이 보다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정책 기조 또한 '기업의 활력 제고'로 전환되기 기대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손 회장은 먼저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율 인하 조치를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쟁국들도 기업의 투자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러한 글로벌 추세를 정책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 회장은 또 선진국보다 높은 상속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고율의 상속세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가업을 정리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 상속 문제는 부의 상속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과 기술발전의 연속성 차원에서 검토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상법·공정거래법 및 하위법령의 개정,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 주주 활동 등 기업 경영권에 부담을 주는 문제에 대해서 그는 "기업 활력 회복과 기업 국제 경쟁력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경영권 방어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불안 요인이 늘어난다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투자가 늘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유연근로제 활성화 입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개발(R&D)부문 연구시간은 경쟁국 수준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분쟁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앞으로 소재, 부품, 장비 산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시간의 양과 유연성에서 이에 걸맞은 법적 보장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일하는 방식이나 형태가 다양화되고, 일하는 장소와 시간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맞춰야 한다"며 "우리나라 노동법과 제도 또한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규율로부터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에 기반한 틀로 전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과주의에 기반해 임금체계를 단순하게 개편하고, 산업 현장의 근로조건 결정에 대해서도 개별화되고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 회장은 노사협력 관행 개선을 위한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바로잡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노조의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가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를 고착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노사가 대등한 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대체 근로 전면 금지, 사업장 점거,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손 회장은 "경총은 기업의 도전과 혁신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노동제도 선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특별히 경총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종합경제단체로의 역할과 위상을 확실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