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혁신금융 규제정비 필요할 때
[전문가 기고] 혁신금융 규제정비 필요할 때
  •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 책임연구원
  • eandp@kca.go.k
  • 승인 2019.12.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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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 책임연구원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 책임연구원

금융은 규제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생활뿐 아니라 국민생활 전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금융에선 혁신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였다. 하지만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규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혁신 금융서비스 등장을 방해해왔다. 소비자는 경쟁 없는 금융업계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업계 환경이 바뀌고 있다.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한국소비자원은 `2019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발표했는데, 한국인은 의류보다 금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가 삶의 기본요소라고 배웠던 '의·식·주'가 '식·주·금'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금융은 우리 생활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 핀테크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온라인쇼핑 결제를 위해서는 액티브 엑스(Active X) 같은 보안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했다. 신용카드번호도 직접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체인증이나 간편비밀번호 1회 입력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새로운 금융 플레이어의 등장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애초 핀테크는 기존 금융규제의 허점이나 사각지대를 뚫고 등장했다. 스크래핑을 활용한 계좌정보조회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게 금융규제 샌드박스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혁신법)이다. 

금융혁신법은 규제로 인해 불가능했던 금융서비스에 대해 혁신금융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완화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68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소비자에게 상당한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어느 정도 제도가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혁신금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다는 것은 테스트 기간을 줄 뿐 아니라, 그 기간 동안 관련 규제를 재점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현행 금융혁신법은 그 기간을 최대 4년으로 한정하고 있다. 해당 기간 안에 관련 규제가 정비되지 않을 경우 혁신금융사업자는 해당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양산될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규제정비까지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금융혁신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정비를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이 해당 사업모델을 베끼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금과 기술이 충분치 못한 스타트업은 사업모델만 뺏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 살펴보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혁신금융 개발이 저해되고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져, 결국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 학계, 산업계도 개선방안 논의에 적극 참여해 혁신금융이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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