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에너지] ESS화재·원전·폭발 '다사다난'
[2019 에너지] ESS화재·원전·폭발 '다사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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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태양광연계 ESS 설비에서 발생한 화재. (사진=예산소방서)
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태양광연계 ESS 설비에서 발생한 화재. (사진=예산소방서)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시행된지 2년째를 맞은 올해, 지난 24일 결정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는 에너지전환에 쐐기를 박았다. 그 어느 해보다 에너지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2017년부터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정부의 원인 규명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2차 조사위원회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ESS 화재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폭락, 강릉 수소탱크 폭발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따른 사건·사고와 함께 한빛 1호기 제어봉 조작 오류로 인한 출력 급상승,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 오류 등 원전 문제는 올해도 뉴스 한 켠을 장식했다. 

◇ 2017년부터 누적 화재만 28건···2차 조사위 결과는?

지난 10월 27일 경남 김해에서 누적 28번째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산업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6월 정부는 특정사 일부 배터리에서 결함이 확인됐지만 실증시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자 특정기업 봐주기식 혹은 부실조사 논란이 일었고, 최근 사고 원인을 규명할 목적으로 별도 조사단이 만들어졌다. 2차 조사위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참여하는 등 지난 조사위와는 구성기관과 형태가 다를 뿐만 아니라 민간 중심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예산군 ESS 설비의 블랙박스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비롯해 김해시와 하동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복원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바 있다. 사고 전후의 감시데이터가 제대로 복원될 시 과거 사고들에 비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라 세계 ESS 시장은 연평균 40%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얼어붙은 국내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2차 조사 결과 발표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 '안전불감'·'거짓말'로 점철된 한빛 1호기 사고

지난 6월 10일 한빛 1호기에서 제어봉 조작 오류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원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1분 만에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상승하면서 운전 제한 범위를 넘어섰지만 바로 가동 중지를 하지 않은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맞물려 논란은 증폭됐다. 저출력 상태에서의 제어봉 조작은 과출력 원인이 될 수 있다. 5% 출력치를 초과했을 경우 즉시 발전소를 정지해야 하지만 12시간이나 지연됐다는 것이 문제였다. 

14년간 수행해왔던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이 실패함에 따라 '붕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방식을 변경해 시험을 진행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원자로 시험을 담당한 차장은 동적 제어봉 측정법에는 익숙했지만 제어봉 교환법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동경험이 처음이었으며 보완에 필요한 교육 훈련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동정지가 불필요했다는 근거였던 열출력 값조차도 축소 보고되거나 원자로 출력 상태도 몰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소규모 사업자 울리는 REC 가격 '폭락'

8년째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제도의 안정화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올해 제기됐다. RPS는 500MW 이상 석탄·원자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보유한 발전사에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을 할당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핵심인 RPS는 에너지별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보급 가격의 하락을 유인한다. 현재 6개 발전자회사와 SK E&S를 비롯한 민간발전사업자 등 21개 대형발전사들은 총발전량의 6%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한다. 해당 기준은 2023년에는 10%로 확대될 방침이다. 

RPS 공급의무사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만들거나 태양광 등 다른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REC 거래는 RPS 시장에서 이뤄진다. REC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수익원 중 하나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에, REC는 RPS 공급의무사에 파는 형태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문제는 최근 REC 가격이 폭락했다는 점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과 공급량이 역전되면서 REC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최근 3년간 66.3%나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12만원대였던 REC는 6만원대로 반토막났다가 최근에는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REC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되고, 에너지전환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REC 가격 안정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 중·저준위 관리 '엉망'···폐연료봉 안전 논란

국내 원자력계 일대 파장을 불러왔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 오류 관련 조사 결과가 지난 6월 발표됐다. 규제기관이 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몇 년 전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원자력연구원 방폐물뿐만 아니라 연구원이 수행한 핵종분석 작업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원전 방폐물 분석 정보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연구원 방폐물 2000여드럼뿐만 아니라 한수원 방폐물까지 포함한 총 1만7000여개 전체 드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해야만 정확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원안위 조사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원전 방폐물 척도인자 갱신과 2004년 이전 폐기물에 적용될 척도인자 개발, 주기적 검증 문제 등 이번 조사가 남긴 숙제는 산적하다. 이전에 만들어진 척도인자는 2004년 이후에 발생한 폐기물에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2004년 이전에 발생한 폐기물 처분을 위해서는 별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수원은 해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료 채취와 알파·베타 핵종분석 등은 연구원이 또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4년 이전에 발생한 폐기물의 양이 훨씬 많은 상황 속에서 결국 이번과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셈이다. 한편 원자력환경공단은 내년부터 연구원 방폐물을 제외한 원전 방폐물 인수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 '수소경제'와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

지난 5월 강릉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치면서 수소산업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조사 결과 수전해(물 전기분해) 시설의 설계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전기분해로 분리된 수소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됐지만 해당 수소탱크는 안전장치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로 설계자와 시공 책임자 등 총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는 지난 26일 수소산업의 안전관리를 위해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수소경제 선언 후 발생한 이같은 사고로 안전성 우려가 커지자 전국 수소시설을 전수조사하고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대책을 마련했다. 가스안전공사에 수소 안전관리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저압수소 관리를 위해 '수소법'을 제정하는 등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 '니탓내탓'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은 올 한해 배터리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양사의 배터리 전쟁은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댈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기술 관련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국내법원에 LG화학을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한 데 이어 9월 초 미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화학 미국법인,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맞대응에 나섰다.

추석 연휴 직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회동으로 양사는 대화에 물꼬를 트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갈등은 격화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ITC에 2차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과거 소송전의 결과로 양사가 '대상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을 파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를 포착했다며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고 양사의 배터리 전쟁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을 두고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미국 정부도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ITC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월성 1호기

2015년 수명연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 원전이다. 원안위는 지난 24일 제112회 회의를 열고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해 신청한 운영변경허가안을 표결로 확정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은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 상정됐지만 위원간 이견으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로 안건이 상정된 이날도 위원들은 약 2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고 진상현 위원의 제안으로 표결이 실시됐다. 위원장이 심의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면 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원안위 위원은 공석 1명을 제외하고 상임위원인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포함해 8명이다.

이중 정부 추천 위원인 김호철 변호사는 월성 1호기 소송 관련으로 해당 안건 심의에 대해 회피를 요청했고, 표결 여부에 대해서는 이병령 위원을 제외한 6명의 위원이 동의했다. 이어진 영구정지 표결에서는 이병령 위원과 이경우 위원을 제외한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1983년 4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완료는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한수원은 2009년 12월 원안위에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다. 2015년 2월 원안위는 2022년 11월까지 10년간 수명연장을 승인했고, 같은해 5월 2167명의 국민원고단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패소한 원안위는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는 지난 20일에서 2월 14일로 연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영구정지를 결정한 한수원은 올해 2월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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