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일본화? 저주의 굿판을 걷어라
[홍승희 칼럼] 일본화? 저주의 굿판을 걷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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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경제의 일본화를 우려하는 신용평가사 피치의 보고서가 화제가 되면서 한국 내 일부 언론들은 한국경제의 일본화 우려를 제기하며 대중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우려에 대한 근거는 별로 제시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우리말로 일본화라 번역된 재패니피케이션이란 한마디로 현재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들을 집적시켜놓은 경제 분야의 신조어다.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의 한 덩어리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일본이 지난 26년간 걸어온 길 자체를 뜻한다.

피치가 유럽경제의 일본화를 언급한 이유 역시 현재 유로존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일본이 겪고 있는 현상을 재현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 전체 경제의 30%를 차지하며 유럽경제 전반을 이끌어가고 있는 독일의 성장률이 올해 1%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상황이며 유로존 내 비중이 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경제는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남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했던 양적완화를 지난해 말로 종료했던 유럽연합이 최근 다시 양적완화에 나서고 이탈리아를 필두로 각국이 그간 금기시했던 재정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 부채가 GDP대비 80%를 넘어 이탈리아 같은 경우 133%에 달하는 상태에서 재정확대는 매우 조심스러운 선택이지만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경기하락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달리 이를 타개할만한 대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은 한때 8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을 꾸준히 낮춰 올해 50%대까지 낮췄으나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머잖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독일도 자동차와 공작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서 일본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서 4차 산업 혁명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는데 따른 전망이다.

다만 유럽은 아직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일본만큼의 위기상황은 아니다. 일본화의 전제조건이라 할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의 3박자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기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과 같은 초대규모의 정부부채를 갖고 있지도 않다. 이미 250%의 정부부채를 갖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유럽 국가들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26조 엔 규모의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내놓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럽존 또한 양적완화와 더불어 각국이 저마다 재정확대 정책을 검토함으로써 규모는 작지만 형태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국내에서는 마치 성공한 경제정책인양 호도하는 전문가나 언론들이 일부 있지만 사실상 잠시 반짝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어서 향후 일본과 유럽의 앞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매우 높으며 OECD나 IMF 등에서는 오히려 한국정부의 재정확대를 권고하는 정도다. 정부 재정지출 규모는 전체 GDP의 20% 수준이고 정부부채도 40%에 머문다. 전 세계 선진국 중 이런 재정건전성을 가진 국가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이너스 금리상태도 아니고 성장률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역시 비슷하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이런 견실한 지표를 내놓을 수 있는 한국경제의 저력은 절대로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한국경제는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할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품을 무기로 한국에 경제전쟁을 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경제는 타격을 받기보다 오히려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고질적 병폐들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훌륭하게 극복해내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는 국내 전문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발굴, 활용함으로써 산업생태계를 재편해 나가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산업 기술의 갈라파고스’가 되어가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과의 경제협력 외교에서 성과를 내는가 하면 기업 차원에서도 세계적인 첨단 기술 기업 및 연구소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가며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성장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저주 가운데 하나가 한국경제가 일본화 할 우려가 있다는 망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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