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PF, 털고 가나 안고 가나
[데스크 칼럼] 부동산PF, 털고 가나 안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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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가를 달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PF는 부동산 및 인프라 등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증권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증시 침체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올해 역시 부동산PF를 비롯 대체투자 분야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부동산 가격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부동산PF 관련 미매각 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증폭됐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규제도 강화됐다. 

미매각 자산은 부동산 등 기초자산을 인수한 이후 사모 또는 공모를 통해 재매각하는 이른바 '셀다운'을 하지 못한 자산을 뜻한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자산을 투자한 이후 셀다운을 통해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또다른 투자처에 재투자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다시 마련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미매각 자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증권사들이 PF 사업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 상환규모, 우발채무 등을 별도로 공시할 의무가 없다. 증권사들은 이와 같은 세부사항에 대해 전체 채무보증 규모에 포함시켜 공시한다. 이에따라 금융감독원 조차도 금융사들의 부동산PF 관련 부분만 따로 골라내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확한 위험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한동안 공격적으로 부동산PF 사업을 벌여온 금융지주사 계열의 증권사의 경우 셀다운 하지 못한채 남겨둔 미매각 자산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돌았다.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별 대응 방법도 엇갈린다.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모 은행계 금융지주사 회장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미매각은 미매각 상태로 남겨두고서라도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해 더 큰 이익을 남기라"라고 주문했다. 반면 또 다른 대형 증권사 회장은 올해초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부동산은 일부 청정 지역을 제외하곤 우하향 선상에 진입한 것 같다"며 부동산PF 사업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기도 했다. PF 부실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증권사별 대응 방향은 사뭇 다르게 흘러온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규제의 골자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PF채무보증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증권사별 처한 처지, 위험리스크를 선별하는 각 사별 노하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다. 더구나 부동산PF의 신용공여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어 이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 역시 무리라고 그간 금융당국 스스로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자기자본의 100%'라고 못밖은 수치상의 합리성에 대해 수긍하는 증권사는 많지 않다. 

결국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고조되는 가운데 증권사별 대응은 제각각인데다가 금융당국이 내놓은 위험방어 대책 마저도 현실적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히려 이 상황을 해결할 답은 운용사들이 갖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중소증권사들은 부동산PF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의 문을 연일 두드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의 PF딜에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증권사들의 제안을 하루에도 몇차례 받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게 된다"며 "증권사가 갖고 있는 자금력과 지점수 등 이른바 '소싱&셀'이 원활한지부터 가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미매각 자산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름의 선별 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자산운용사 역시 자사의 생존을 위해 분명 '깐깐한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IB업무를 강화해 왔음에도 해외 투자금융사들과 비교해 아직 사업영역이 다양하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부동산PF를 아예 못하도록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만일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규제의 주된 취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해야 할 일에 가깝다. 

부동산PF를 안고 갈지 털고 갈지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다. 금융당국,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머리를 맞대 보다 나은 현실적 대응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김호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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