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세 남매 불화설 공식화···'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나
한진家 3세 남매 불화설 공식화···'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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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 견해차에서 비롯" 관측···내년 3월 주총 '이목'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한진그룹)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한진그룹이 3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반년 만에 경영권을 두고 '남매의 난(亂)' 위기에 처했다.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43)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면서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두고 남매간 견해차가 발생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3월, 그룹 경영권의 명운이 걸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한진가 3세 남매가 불화설을 공식화한 것으로,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생전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훈을 남겼으나, 조 회장이 이를 어기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불구,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서류 미제출로 인해 기일이 미뤄지면서 남매간의 갈등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은 올해 6월, 서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와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간 잘 화합해 회사를 지키라는 부친의 평소 말씀을 바탕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가족간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조 전 부사장의 주장으로 봉합됐던 남매간 갈등설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갈등의 발단을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계속 미루자 조 전 부사장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조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하는 이번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인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진가 삼 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후 3년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재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지 보름여만인 같은 해 4월,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과 오너 일가의 폭언 등 갑질 파문이 확산하며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또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됐다. 

그로부터 약 1년 2개월 만에 동생 조 전 전무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어 최근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으로 앉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까지 미루어봤을 때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사실상 머지않은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생 조 전무와 어머니 이 고문도 잇따라 경영일선에 복귀하자 조 전 부사장도 곧 경영 복귀를 할 것이라고 계획을 잡고 있었으나 조 회장이 여기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경영의 유훈, 가족간의 협의 등을 거론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그는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언급한 만큼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주요 주주인 KCGI(지분율 17.29%)와 델타항공(지분율 10%) 및 최근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 등과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급히 봉합됐던 한진그룹 삼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고 조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 17.84%를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바뀌면서 큰 차이가 없어졌다.

이런 가운데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조 회장 오너일가와 KCGI 간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으면 지분이 23.78%에 달하고, 모친 이 고문 등 다른 가족의 표까지 얻으면 조 회장과의 표대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연대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라며 "잘 협력되지 않는다면 조 회장 입장에서 내년 주총과 경영권 관련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진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국민과 주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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