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드리머] 자연담은 모멘텔주얼리 정수연 대표
[밀레니얼 드리머] 자연담은 모멘텔주얼리 정수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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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제한 없이 색다른 시도 즐기는 27세 탐험가···"고집 있어야 재밌는 결과물 나온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카페에서 정수연 모멘텔주얼리 대표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br>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카페에서 정수연 모멘텔주얼리 대표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흰 눈을 표현한 수정 원석. 용과 두루미를 새긴 목걸이, 자개와 옥 장식 귀걸이. 정수연 모멘텔주얼리 대표의 작품엔 자연이 함께 한다. 그에게 자연은 웅장하며 무거웠지만, 늘 영감을 줬다.

자연과 동양적인 것. 정 대표가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 핵심으로 삼은 요소다. 자연과 닮은 모든 게 모멘텔주얼리의 재료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수연 대표는 소재를 찾아 떠난 탐험가에 가까웠다.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즐긴다는 면에서도, 시장 골목골목 발길이 드문 곳을 누비는 점에서도 탐험가의 표본이었다.

금과 은뿐만 아니라 자개, 원석,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액세서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정 대표의 모험 정신 덕이다. 그는 최근 산 내음을 담은 향수까지 선보였다.

"자연을 보고 듣는 걸 좋아해요. 산이나 바다에서 느낀 것들을 액세서리로 만들면서 브랜드도 시작됐죠.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주워 온 조개껍데기로 귀걸이를 만들었고, 호수의 잉어나 눈 덮힌 산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재료는 자연과 닮아있더라고요. 자개는 파란 물결이나 노을로, 진주는 파도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액세서리로만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어, 향수나 빗, 비녀로도 영역을 넓혔습니다. 최근엔 나무 향이 나는 향수를 선보였는데, 제가 냄새 난다고 좋아하는 마니아도 생겼어요.

색다른 재료를 찾기 위해선 골목골목 다른 사람들이 안가는 길을 찾아다닙니다. 차별점이 있어야 색이 뚜렷하게 나오거든요. 저는 깊이있는 재료에 승부수를 뒀죠. 새벽에 혼자 나와 이름 난 시장 외에도 종로와 을지로, 동대문 인근부터 별의별 지하까지 두루 가봅니다. 그러다 보면 한길만 오래 판 장인을 만날 수 있어요."

모멘텔주얼리 화보<br>
모멘텔주얼리 화보

모멘텔주얼리의 뚜렷한 색이 소비자에게로 물들면서 인스타그램 팬은 16만명, 온라인몰 가입자는 몇천명대로 늘었다. 매출은 2년 연속 100% 증가다. 고집이 있어야 재밌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고 동양 특유의 분위기와 색깔, 패션, 음악을 놓지 않은 결실이다.

처음부터 정 대표의 취향이 먹힌 건 아니다.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2016년 실적은 한달에 한개 팔릴까 말까 정도였다. 강하고 과감해 소비자들이 어려워했다. 하지만 취향을 확고하게 드러내며, 좋아하는 걸 꾸준히 공유하는 뚝심의 매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비취에 금으로 된 새와 꽃을 새긴 동양화 옥 원석 목걸이의 경우 3차 재주문을 넣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길거리에서 모멘텔주얼리 제품을 착용한 분을 보면 소름이 끼쳐요. 감사하죠. 백화점에선 액세서리 어디서 샀냐는 질문도 받고요. 가수 이하이씨가 귀걸이를 착용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기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브랜드 출시 초기 자재를 파는 이들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설움도 토로했다. 대꾸도 없는 상인들로부터 상처를 입어 울었던 적도 많았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죠. 소매로 시작하다 보니, 물건도 안 주시고 물음에 답도 안 해주셨어요. 그래도 주눅이 들기보단 배짱있게 다음엔 몇백개 주문 넣을 거라며 허풍을 떨었어요. 커피 한잔 사가서 넉살도 부리고 최대한 배우려고 노력하니 4년이 지난 이제야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물건도 거저 주면서 써보라고 할 정도죠.”

정 대표는 기세를 몰아 내년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이달 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여는 임시(팝업) 매장을 시작으로 내년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국내보단 중국과 대만, 홍콩을 비롯한 해외 매출이 큰 만큼 글로벌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재 모멘텔주얼리는 일본 패션 전문 온라인몰과 백화점 매장에 입점했다. 정 대표는 내년 홍콩과 대만에서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도록 현지 업체들과 만남을 타진하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여러 소재를 접목해 자유분방한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어요. 향이 나는 귀걸이처럼요. 이세이 미야케나, 양리처럼 철학이 확고한 디자이너를 좋아하는데, 저도 동양적인 액세서리하면 바로 떠오르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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