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카타르銀 ABCP는 '구조적 문제'···신용도와는 무관"
금감원 "카타르銀 ABCP는 '구조적 문제'···신용도와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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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QNB)
(사진=QN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머니마켓펀드(MMF)에 신용부도스와프(CDS)와 연계한 자산유동화어음(ABCP)를 담은 행위에 대해 18일 금융당국이 펀드 편입 자산의 '신용도상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번 사안은 이달초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됐으나 결국 제재수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만큼 금융당국 및 자산운용 업계간 팽팽한 논리적 다툼이 일고 있는 사안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된 자산운용사만 19개에 달한다. 

제재심에서 논의한 사안은 과거 카타르국립은행(QNB) 예금 관련 ABCP 부실 우려에서 시작됐다. 2018년 8월 경 터키발 무역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리라화가 폭락했고 QNB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ABCP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운용사들이 해당 ABCP를 MMF에 편입해 운용해 온 관행이 드러나면서 MMF 시장은 '펀드런'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펀드환매 요청이 이어졌지만, DB자산운용·흥국자산운용·알파에셋 등 상당수 운용사들이 해당 펀드에 대한 환매를 속속 연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펀드운용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해 제재에 나섰다. 그러나 운용업계는 해당 ABCP의 신용도가 우수하다는 점, 그간의 관행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감독당국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맞서온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자본시장법상 MMF에 환율이나 증권의 가치 등에 의해 원리금이 변동될 수 있는 자산을 편입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쟁점인 QNB ABCP가 환율에 의해 변동될 수 있고 이에따라 이를 기초자산에 편입한 MMF의 원리금이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CDS 연계 상품 가운데 QNB 예금 관련 ABCP의 경우 신용도가 우량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운용업계 주장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도의 문제가 아닌 해당 ABCP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한다"며 강하게 지적했다.

CDS는 채권을 인수한 금융기관이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을 대비해 제3의 금융기관에 일종의 보증 수수료(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보증 수수료를 받은 금융기관이 대신 위험을 짊어지도록 하는 신용파생상품이다.

"제3의 금융기관이 부실 위험을 떠 안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에서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해당 ABCP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작년 검사를 진행한 결과 QNB 정기예금 관련 ABCP의 경우 원리금 변동이 발생할 수 있도록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다만 운용사들이 지난해 환매를 연기하는 등 연기금의 요청에 즉각적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은 이번 제재에 있어 쟁점이 아니라는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MMF는 국공채, 기업어금(CP), CD(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함으로써 펀드 수익률에 신속히 반영될수 있도록 하고 가입자가 환매를 요청할 경우 당일이라도 즉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펀드 상품이다. 작년 8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QNB ABCP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는 사례가 이어졌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는 제재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는 일정 기간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심의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QNB ABCP 펀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례가 현재도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검사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리라화 폭락 사태가 수그러들자, 올해 4월경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QNB 정기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CP에 대한 투자에 다시 나섰다. 일부 증권사들은 QNB의 달러화 정기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500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키도 했다. QNB ABCP를 MMF 자산으로 편입한 사례가 현재도 상당수 있다는게 금투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검사에 나간 이후 현재는 이와 동일한 MMF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와 관련한 검사에 돌입하는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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