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시대' 석유산업 위기 극복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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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발전·디지털화···'탈(脫) 석유' 가속화하는 오일 메이져들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세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통 에너지원인 석유산업 위기도 부각되는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은 가스발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화) 전략으로 '탈(脫) 석유'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도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는 등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 석유산업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에너지 전환과 원유생산지 다변화, 석유수요 패턴 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국내 석유업계도 현재 매출 대비 기술개발(R&D) 비중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중점 과제 중 하나인 '석유·가스 등 전통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실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 사례를 통해 석유산업의 체질 변화를 조언했다. 김 파트너는 "디지털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타 산업에 비해 정유업의 경우 현재 해외에서도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선도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정유업의 디지털화를 적용 속도를 토대로 크게 4단계로 분류했다. 첫 번째 단계는 디지털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태(Stuck in the legacy)로 디지털화를 최소한만 활용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일부 기능에 디지털이 적용되거나 테스트를 해보는 단계(Digital founding and early automation)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BP와 엑손모빌, 쉘 등이 이 단계에 포함된다. 세 번째 단계는 디지털화를 적극 추구하며, 포괄적인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Digital applied to E2E processes)다. 이는 현재 지역 정유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 중심 정제공정이 완벽하게 이뤄진 단계다. 

김 파트너는 "서유럽에 거점을 둔 중남미 선도기업 R사와 지중해 로컬기업인 S사의 디지털화 전략을 비교해보면 R사는 지향점을 규정하는 등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큰 목표를 세운 반면 S사의 경우 기존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단기 턴어라운드를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양사가 디지털화를 추구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실현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고급(Advanced) 모니터링 시스템'과 '페르소나 인공지능(Persona AI)'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실현될 시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 주유 성향 분석을 통해 맞춤형 주문 혹은 프로모션 제공 등이 가능해진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가발전 확대 △동남아 등 해외 수출처 확보 △선도적 카본 활용기술 확보 △액화천연가스(LNG)·수소 등 기체 에너지에 대한 역량 강화 등을 제언했다. 

유 교수는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발전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발전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하류부문인 정제·화학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또 다른 하류부문 사업인 발전 부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업체의 발전영역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BP는 유럽지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풍력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쉐브론과 엑슨모빌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업스트림에서 천연가스를, 다운스트림에서 석유화학을 확대하면서 전력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와 저유황유 생산을 늘리고 탈(脫) 탄소화를 추구하는 것이 골자다. 

유 교수는 "LNG 공급 능력을 확보하거나 수소 관련 글로벌 트렌드를 참고하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대표적 사례로 아람코는 현대자동차와 수소에너지 파트너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3차 에기본에서 2040년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목표를 30%로 설정했다"면서 "분산형 전원 구성비 증대정책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가발전 비중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내 정유사들도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내년 두바이유 평균값을 올해 가격(63.17달러) 보다 낮은 배럴당 59.68달러로 전망했다. 수요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추가 감산 영향에도 미국 등의 생산 증가로 공급 과잉이 발생해 올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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