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농산물' 1차 합의, '2차' 주도권잡기…"디테일 빠졌다"
미·중 '관세·농산물' 1차 합의, '2차' 주도권잡기…"디테일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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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공식 발표…'관세 폭탄' 시작 17개월 만
양측 발표 내용에 차이...실행까지 난항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일본 G20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일본 외무성)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 폭탄을 때리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약 17개월 만이다. 또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3월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기준으로는 거의 21개월 만이다.

하지만 양 측의 발표내용에 차이가 있어 실행까지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동시에 2차협상을 앞두고 벌써 주도권 잡기가 시가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은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잇따라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과 관련한 구체적 숫자가 발표되지 않고, 미국의 대중 관세 문제를 두고 미중 간 이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최종 합의는 향후 서명 절차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농업농촌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이날 밤 11시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합의를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를 했다"면서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15일 부과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1천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중국제품에 대해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머지(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7.5% 세율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천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대해 부과해오던 15%의 관세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amazing) 합의"라면서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중국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미 무역대표부(USTR)도 1단계 합의를 확인했다.

USTR은 1단계 합의는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인 추가 구매 약속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강요), 농업, 금융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분야에서의 중국의 경제·무역 체제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측 발표에 앞서 중국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서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품,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가중 관세를 취소함으로써 가중 관세가 높은 상태에서 낮아지는 쪽으로 변하도록 하는 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의 설명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합의 내용이 이행되면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시장 진입의 문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의 권익이 더욱 잘 보호되는 한편 미국 내 중국 기업들의 권익 또한 잘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양 측의 발표 내용엔 차이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관세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했으며 2단계 협상은 1단계 합의의 실행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한다면서도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이 구매할 미국 농산물 규모를 공개 언급한 것은 미국 농가의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15일부터 예정된 대중 추가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기존에 중국제품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제한적인 범위의 예비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CNBC 방송은 "합의 내용의 디테일은 애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반응도 예상보다는 무덤덤한 편이다. 장 초반 오름세를 탔던 뉴욕증시는 '실망 매물'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강보합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대중(對中)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5일부터 1천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5~25% 관세가 부과된다.

기존 관세도 일부 하향조정된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2천500억 달러어치에 25%, 1천200억 달러어치에 15%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5% 관세가 유지되고, 15% 관세는 7.5%로 인하된다.

기존 관세들이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것이어서 시장의 눈높이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단 기존 관세를 하향조정하는 물꼬를 텄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중국 측도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관세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으로서는 '관세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농산물,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환율 등에서 원칙적인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미·중의 입장은 곳곳에서 엇갈린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초점을 맞췄던 '미국산 농산물'과 관련, 중국 측은 수치 언급을 꺼리는 표정이다. 중국 측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을뿐 세부적인 구매계획에 대해선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목표치인 '500억 달러'를 넘겼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취재진에게 기존보다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천4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2017년에 중국이 2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이에 더해 중국이 연간 160억달러씩, 향후 2년간 총 320억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는 500억 달러를 훌쩍 넘기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의 농산물 구매 규모와 관련해 500억달러를 언급했다. 합의문의 서명 일정도 명확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께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대목은 '2단계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amazing) 합의"라며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단계 협상을 위해서라도 기존 관세를 상당 부분 남겨둘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측 입장이다. 합의문에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환율 등 민감한 의제들이 두루 거론된 것도 향후 2단계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1단계 합의문의 이행 상황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중의 무역합의 발표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혼선을 불러온 것도 이런 미중 간 입장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역합의 사실은 미국의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합의에 대한 WSJ 보도는 완전히 틀렸다. 특히 관세와 관련한 언급은 그렇다. 가짜뉴스"라는 트윗을 올렸고, 뉴욕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일순 위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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