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새로운 금융위기 오나
[홍승희 칼럼] 새로운 금융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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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경제전쟁 중인 일본에서 금융 보복이 언급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자 아베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아소 다로가 한국을 협박하기 위해 최근 직접적으로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규모가 작으니 일본 자금을 철수하면 제2의 IMF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겁주듯 덧붙였다.

물론 이런 협박이 실제 실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설사 실행된다 해도 현재 한국 내 일본 자금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금융보복까지 단행될 경우 한일 양국 관계는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단계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 멋대로 실행할 수도 없다. 한일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다 지소미아에 목매고 있는 일본의 처지로 봐서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금이 일부 빠져나갈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국가부채 규모가 세수의 25% 가량을 이자 지급에 써야 할 정도인 상황이어서 해외 투자금의 일부 회수에 나설 수 있고 그럴 경우 한국에서 우선 빼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행태도 있지만 실상 세계 금융에서 가장 큰 불안요소는 현재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지방 중소은행의 부도가 실제 발생했고 뱅크론 현상도 나타난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게다가 500개 이상의 은행들이 파산위기에 몰렸다는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섣불리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잘못 지원을 하다가는 오히려 중국 정부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연쇄 파산 위험을 관리하는 선에서 손을 대는 정도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금융위험이 이처럼 커진 데는 미중 무역 분쟁이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중국 내부의 정책적 실책도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들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지방정부들은 국영기업에 미루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경제개발을 빠르게 진행시켜 왔으나 실제로는 매우 방만한 자금운영 등으로 위험을 증대시켜온 측면이 있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빠른 경제성장에 고무돼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벌인 일대일로 사업이 재정 부담을 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성급하게 패권 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이 미국의 경계심을 키운 측면이 있고 결국 무역 분쟁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고.

문제는 이런 중국의 금융위기가 결국 중국 내부의 문제로만 그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일 경제전쟁을 벌인 일본이 한국보다 오히려 더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일으킨 미국 역시 경제적 타격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대의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사실을 무시한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시스템 자체가 왜곡되고 훼손됨으로써 세계 경제 전반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중국에 이어 일본의 공격에 당한 한국이 선택한 돌파 방식은 상당히 유용하다. 빠르게 여러 국가 혹은 지역 경제공동체들과의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무역외교의 성과를 올림으로써 한국이 당면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국제공조의 틀을 짤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양적완화를 풀린 돈들이 기업들에 의해 충분히 투자되지 못하고 불안한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우선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국에서는 개인들이 투자 대신 현금, 특히 달러 보유에 나선다는 소리도 번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의 경제공습이 전화위복이 돼 기업들의 투자가 오히려 활성화되는 모양새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주변국들로부터의 불안 요소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세계 경제의 침체가 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해소의 속도가 충분치 못하고 부동산은 버블 의심이 남아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활동이 활발해지면 그만큼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또한 해소 가능성도 커질 터다.

역시 한국은 위기에 강한 국민을 가진 국가라는 점을 재확인하게 되는 이즈음이다. 게다가 한국이 그간 이룩해온 여러 성과들로 인해 얻은 힘을 더는 감춰두고 있을 수 없는 시점을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꽤 정확하게 파악하고 새로운 국가 위상을 세워나가고 있다. 여태 없었던 한국의 당당한 외교가 주변국들을 당황시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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