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 '또 하락'···책임경영 '역행'
대기업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 '또 하락'···책임경영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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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상정 안건 99%↑원안 가결
"동일인 변경·경영 일선 퇴진 영향"
(표=공정거래위원회)
(표=공정거래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대기업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또 하락했다. 특히 5%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5% 이하로 낮아졌다. 이에 총수의 책임경영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분석대상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산 5조원 이상의 56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1914개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 현황과 이사회·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이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801곳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321개(17.8%)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33개(7.4%)에 불과했다.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부영(79.2%)·KCC(78.6%)·셀트리온(70.0%)·SM(69.2%)·OCI(57.9%) 순으로 높았고, 삼천리·DB·미래에셋·한화 각각 0.0%와 코오롱 2.4% 순으로 낮았다. 지난해 발표와 겹치는 47개 집단을 기준으로 보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지난해보다 3.8% 감소한 17.9%로 나타났다. 또 총수 이사등재 비율도 8.0%에서 7.2%로 감소했다.

공정위는 "올해 동일인 변경과 일부 총수의 경영 일선 퇴진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2015년 18.4%에서 지속 하락해 올해 14.3%로 줄어들었다. 총수 본인의 이사 등재 비율도 같은 기간 5.4%에서 4.7%로 줄었다.

특히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19곳(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씨제이,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에 달했다. 이 중 10곳은 2·3세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들이 경영권을 행사해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임경영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반대로 총수일가는 기업집단 지배력과 이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회사에는 적극적으로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주력회사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41.7%(120개사 중 50개사)로 기타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16.1%) 및 전체 회사 비율(17.8%)보다 높았다.

공익법인의 경우 총수일가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58개)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됐다. 56개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810명으로, 전체 이사의 51.3%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후 2년 연속 분석이 가능한 54곳의 사외이사 비중도 51.3%로, 2017년(50.7%)보다 0.6%p 늘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에 이르지만,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간 전체 이사회 안건(6722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24건(0.36%)에 불과했다. 특히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755건·11.2%)은 모두 부결 없이 원안 가결됐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인 27개 상장회사에서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은 100%에 달했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50개 상장회사는 이사회 안에 524개의 위원회(추천·감사·보상·내부거래 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2018년 5월∼2019년 5월) 상정된 안건(2051건) 중 12건을 빼고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관련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는 장치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만 도입과 실행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의 도입률은 4.5%, 8.2%로 1년 새 0.1%p, 0.6%p 떨어졌다.

분석대상 상장사 250개 중 34.3%(86개)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28.8%(72개사)에서 실제로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이 행사됐다. 이는 지난해(23%·20.5%)과 비교해 11.3%p, 8.5%p씩 증가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예 실행된 사례가 없고, 서면투표제 실시율도 5.4%에서 5.3%로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계열 상장사 230개의 집중·서면·전자투표제 도입 비율은 각 3%, 8.3%, 32.2%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 계열 상장사 20개(20%·10%·60%)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35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에 참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 의결권 비율은 78.4%였다. 이들 의결권 지분 가운데 찬성 쪽에 92.7%, 반대쪽에 7.3%의 지분이 행사됐다.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54개 기업집단만 따로 보면,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1년 새 77.9%에서 78.7%로 높아졌다. 다만 반대 비율은 오히려 9.5%에서 7.1%로 떨어졌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앞으로도 기업집단 현황을 지속해서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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