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남들은 재정지출 확대 나서는데
[홍승희 칼럼] 남들은 재정지출 확대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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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국들의 재정확대 정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제적 상황이 매우 위험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한·일 경제전쟁까지 저지른 일본 역시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겨운지 재정확대 대책을 내놨다.

그 규모가 일단 심상치 않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직접적인 재정지출 10조 엔(한화 약 107조7천여억 원)에 민간부문에 대한 저금리 재정투융자 10조 엔까지 더 한 20조 엔의 자금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자금 중에는 지난 태풍 피해지역 복구비 등과 아울러 차세대 기술개발사업 지원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올해 디플레이션 억제대책이 실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간신히 0.2%를 유지하고 있고 실질임금도 하락해 아베노믹스의 약효가 다 하고 또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국가부채 1등 국가가 또다시 재정확대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국채 팔아 기업지원을 늘리는 방식의 아베노믹스로 막대한 자금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그 돈으로 투자확대와 임금인상을 하는 대신 현금확보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제로금리를 넘어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상황인 일본 정부로서는 딱히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집중적 견제로 점차 코너로 몰리며 성장 동력 고갈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중국판 신뉴딜 정책에 21조 위안(한화 약 3천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아직 구체적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양쯔강 삼각주를 대대적으로 개발해 전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2억2천만 명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수소 회랑지대 개발계획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물론 이 계획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발표가 아니고 삼각주를 둘러싼 지방정부들이 공동으로 벌이는 형식이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중앙정부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전망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성장전망치가 대충 5.8% 정도로 낮아지며 그간의 고도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소형은행과 지방정부 소유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타개책으로 등장한 초대규모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네이멍구의 소형 은행 하나 파산한 것 뿐이지만 이걸 하나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도 많을 만큼 지금 중국의 경제는 위태롭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차원의 부채는 총 GDP의 40%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지만 문제는 각종 인프라 사업 등 정부의 재정 부담을 정부 소유 기업과 지방 정부로 분산시킴으로써 기업부채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통계는 기업부채 165% 정도로 발표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체 부채 규모가 GDP의 300%를 넘는다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을 만큼 중국의 기업부채와 지방정부 부채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의혹이 아니더라도 공식적 부채규모만으로도 지금보다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연쇄부도를 피해가기 어려워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돈 풀기 정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의 집중 공격은 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를 박살내는 데만 600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의 공식적 재정지출과는 모양새를 달리 하지만 저개발국 지원 기구인 미 정부 산하의 IDFC(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한 공격이니 결국 트럼프의 무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 공격방식이 교묘하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지원했던 방식 그대로 저개발국에 비 화웨이 제품 구매시 보조금 지급, 배타적 판매정책 등을 지원함으로써 화웨이의 판매 강점을 파훼시키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집요한 공격 앞에 중국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정확대를 해나갈 수밖에 없고 이처럼 한국은 현재 산업적, 기술적 경쟁상대인 중국과 일본의 잇단 재정확대에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할 필요가 크다. 다만 정부 재정확대를 극력 가로막고 있는 보수야당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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