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200兆 연금시장 선점 '사활'
증권가, 200兆 연금시장 선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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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수익률엔 수수료 면제···각 사 서비스 제고에도 주력
시장 확대 전망 속 중장기 자금 운용 가능해 고객 유치 '만전'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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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200조원 규모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잇달아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한편, 양질의 고객 서비스를 펼치며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퇴직연금 특성상 한번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자금 운용이 가능한데다, 정부의 퇴직연금 제도 의무화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증권사 간 경쟁체제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발표했다. 적립금 기준 100억원 이하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연 0.40%에서 0.36%로 0.04%p 낮춰, 기업 부담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회사는 2년 이상 장기가입 시 적용되는 수수료 할인 혜택 비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상향키로 했다.

증권업계 최대(11조8000억원) 퇴직연금 자산을 보유한 현대차증권도 지난달 1일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0.1%p 내렸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수수료는 50% 할인해준다. 저금리 기조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고객사 수익률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DB형의 기본 수수료율을 이전 대비 30% 인하했고, 한국투자증권도 50억원 이하 DB형의 경우 0.41%로 0.04%p 낮췄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10월 DB형에서 모든 적립금 평가액별 구간수수료율에 대해 평균 0.04%p(0.01~0.09%) 내리기로 했다.

아예 '수수료 면제'를 선언한 곳도 있다. KB증권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55세 이상 연금 수령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연 0.1%)를 받지 않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IRP에서 손실이 나면 자산관리수수료와 운용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조만간 DB형 수수료를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연금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증권업계 움직임도 보인다. 실질적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한편 고객을 보다 세심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연금영업본부 내에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신설, 운영 중이다. 퇴직연금고객 수익률 관리를 강화하고 연금고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상품 수익률이 저조하거나 만기가 다가오는 경우 실질적 관리에 나선다.

이수석 NH투자증권 연금영업본부장은 "다양한 연금형상품 제공과 철저한 관리서비스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연금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IRP, 개인연금 등 연금계좌 개설이 가능한 '3분 연금계좌'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에 힘입어 연초부터 10월까지 IPR 계좌를 신규 개설한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3% 급증했고, 지난달 20일 기준 IPR 잔고는 1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도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비대면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김기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솔루션본부장은 "장기간 축적된 글로벌자산배분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적배당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제공, 고객 밀착 관리를 통해 고객수익률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147조원 수준이던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190조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200조원, 2023년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정적 노후보장 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 속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이유는 고객을 한번 유치하면 중장기적으로 자금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금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증권사별 운용 수익률이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수수료가 낮은 곳을 찾기 마련"이라며 "퇴직연금은 일단 고객을 유치해 놓으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유치활동에 힘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증권사 간 경쟁 심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본부장은 "법안이 통과돼야 효력이 생기겠지만, 현재 가입자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밑도는 퇴직연금제도가단계적으로 도입되면 그만큼 시장 사이즈 확대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제도로 잇따라 이전되면 , 금융기관들은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공산이 크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연말은 DB나 DC 등 퇴직연금 모든 유형에서 가입자 유입이 활발한 시즌으로, 증권가에선 각종 서비스나 수수료 혜택 등을 통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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