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물가' 20년來 최대 하락···또 고개 든 디플레이션 우려
'GDP 물가' 20년來 최대 하락···또 고개 든 디플레이션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1.6%···4분기 연속 마이너스
3분기 성장률 0.4%···속보치 대비 건설투자 ↓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여전히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연 2.0%) 달성이 안갯속인 가운데,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디플레이터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한동안 잠잠했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가 불거질 전망이다. 

한은은 3일 '2019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통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분기(-0.4%) 이후 2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2.0%다. 전기 대비,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다. 

잠정치는 속보치 추계 때 빠졌던 10월 경제활동 지표를 반영해 산출한다. 한은 관계자는 "속보치 추계 시 이용하지 못했던 분기 최종월의 일부 실적치 자료를 반영한 결과, 건설투자(-0.8%p)가 하향 수정된 반면 민간소비(+0.1%p), 총수출(+0.5%p)은 상향 수정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늘어 2.4% 성장했다. 서비스업은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0.6% 늘었다. 반대로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4.9% 감소했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준내구재(의류 등)가 줄었으나 내구재(승용차 등) 등이 늘어 0.2%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4%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6.0%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6%,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4.6% 각각 증가했다. 수입은 운송장비 등이 늘어 1.2% 증가했다.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제2터미널에 빈 화물열차가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제2터미널에 빈 화물열차가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경제성장률 2.0% 전망 '불투명'=지출 항목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내수는 -1.0%p, 순수출은 1.4%p를 기록했다. 내수가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중에서도 특히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9%p로 전기 0.2%p 대비 크게 악화됐다. 지출 주체별로 보면 민간과 정부가 각각 0.2%p를 기록했다. 민간의 경우 전분기 -0.2%p에서 소폭 개선됐지만 정부는 1.2%p에서 크게 하향됐다.

앞서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2.0%)을 달성하려면 4분기 GDP 성장률이 0.93% 이상을 기록해야한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속보치와 동일한 0.4%를 유지한 데 따라 당초 추계했던 0.97%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이미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후반으로 점친다. 구체적으로 ING그룹(1.6%), IHS마킷(1.7%), 노무라증권(1.8%), 골드만삭스(1.9%), 모건스탠리(1.8%), 씨티그룹(1.8%), 한국경제연구원(1.9%), LG경제연구원(1.8%) 등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 2.0%는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 달성이 정부 재정 정책에 달렸다고 본다. 올 하반기에도 투자와 소비 부진이 이어진 데다 수출도 이렇다 할 반등 계기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막바지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정부가 앞으로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재정 정책은 정부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 복지 중심보다는 경기 부양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GDP 물가 1년째 마이너스···디플레 우려 점증 = 이런 상황에서 올해 3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올 3분기 하락폭은 1999년 2분기(-2.7%) 이후 최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작년 4분기(-0.1%)부터 올 1분기(-0.5%), 2분기(-0.7%),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외환위기 직후(1998년 4분기∼1999년 2분기) 3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성 교수는 "단정할 순 없지만 사실상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 급락으로 인해 수출 디플레이터가 크게 하락하면서 GDP 디플레이터를 끌어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디플레이터 하락은 수출품 가격이 내려갔다는 의미로, 이는 통상 수출 제조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출기업 실적 악화는 투자와 고용, 정부 세수 악화는 물론 가계소득이나 소비 부진 등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GDP 디플레이터가 소비자, 생산자, 수출입업자가 관심 갖는 모든 물가를 포괄하다 보니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를 수 있다"며 "국내 물가와는 상관없는 주력 수출품목 가격 하락폭이 크다는 측면에서 볼 때 디플레이션 우려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실질 GDP(0.4%)와 국외순수취요소소득(3조9000억원→6조2000억원)이 늘어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총저축률(35.0%)은 최종소비지출(0.3%) 증가율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0%) 증가율을 하회하면서 전기 대비 0.4%p 상승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