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IMO '환경규제'···SK에너지 'VRDS로 위기 넘는다'
[르포] IMO '환경규제'···SK에너지 'VRDS로 위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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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압잔사유(VR)에 수소 첨가해 황 함량 낮춰
내년 3월부터 하루 4만 배럴 저유황유 생산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SK에너지 VRDS 공사 현장. (사진=SK에너지)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SK에너지 VRDS 공사 현장. (사진=SK에너지)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27일 방문한 SK 울산CLX(컴플렉스)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를 앞두고 분주했다.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공장 내부와 끝도없이 이어진 은색 배관, 곳곳에서 방출되는 하얀 연기 등 현대 문명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지만 한켠에서는 녹색바람이 불고 있었다. 내년 1월 완공을 앞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에는 핵심설비인 반응기에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 선박 연료유 황 함량을 기존 3.5%에서 0.5% 미만으로 대폭강화키로 했다. 이는 해상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SOx) 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다. IMO 2020 시행에 따라 선박유 시장은 기존 벙커씨(B-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수요가 축소되고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같은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SK에너지는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입해 울산CLX 내 약 2만5400평 부지에 VRDS를 건설하고 있다. 

VRDS는 감압잔사유(VR)에 수소를 첨가해 황 함량을 낮춘 경질유와 저유황유(LSFO)를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설비는 30m 높이의 거대한 원통형 모양 반응기였다. 8개의 반응기에서 VR과 수소가 만나면 황 성분이 제거된다.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컴프레셔 3기도 별도 설치됐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시험가동을 마친 후 내년 3월부터 하루 약 4만 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가 생산될 예정"이라면서 "수소는 4만 배럴 생산 기준 5만㎥ 정도가 투입된다"고 말했다. 반응기는 이탈리아업체인 ATB와 밸러리(Belleli)에서 공급했다. 

VRDS보다 먼저 완성될 설비는 황 회수설비(SRP)다. SRP는 잔사유 탈황 공정에서 제거된 유황 물질에서 황을 회수하는 공정으로, 이 과정에서 황은 하루 400t 가량이 생산된다. SK에너지가 생산할 저유황유는 기존 3.5%인 고유황중유 대비 황함량이 7분의 1이다. 저유황중유로 대체할 경우 황산화물 배출량은 1t당 24.5Kg에서 3.5Kg으로 약 8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공정의 95%가 완성된 상태로, 현장에서는 배관 보호재 설치 등 후반 작업을 위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년 6월로 예정됐던 기존 가동 일정 대비 3개월 앞당겨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옛 장생포역이 위치했던 곳이 거대한 저유황유 생산 기지로 변모하는 셈이다. 

VRDS는 배터리, 소재 사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사업 확장을 목표로 시행 중인 '히든카드' 중 하나다. 2008년 2조원을 투자해 가동을 시작한 중질유 촉매분해공정(FCC) 이후 대규모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 길이만 총 240km로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육박하며, 전기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는 1100km로 서울~울산 거리의 3배에 달한다. 

설비 규모만큼 대규모 노동력도 투입됐다. VRDS에는 총 33개 업체가 시공에 참여 중이다. 지난해 1월 공사 시작 시점부터 2020년 완공 시까지 일 평균 1300명, 누적 총 88만명의 노동력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친환경 사업 위주의 사업 구조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 기간 산업도 혁신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SK에너지는 VRDS 투자를 통해 경제적 가치는 물론 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선박용 고유황유 대체 규모는 하루 350만 배럴로, 이중 약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VRDS를 기반으로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VRDS 가동 후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 설치도 저유황유 수요와 연계된 변수다. 스크러버 설치 선박들은 변동없이 고유황 중질유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 전망 대비 실제 설치 추세가 지연되고 있어 2020년 이후 저유황유 공급 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각국에서 구상 중인 규제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전 세계 스크러버 선박 대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약 3000척"이라면서 "스크러버 설치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장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스크러버 수요는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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