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주유소로 '변신' 꾀하는 현대오일뱅크 
SK네트웍스 주유소로 '변신' 꾀하는 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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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수익성 감소세···'모빌리티 혁신'에 발맞춰 신사업 선점
서울 강남구 매봉역 인근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 강남구 매봉역 인근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에 나서면서 정유업계 지각 변동이 점쳐진다. 지난 몇 년 간 과다 경쟁으로 사양산업으로 인식됐던 주유소는 최근 신사업 실험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도심 내 SK네트웍스 주유소를 '플랫폼 비즈니스' 거점으로 활용해 미래형 주유소로 신속한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네트웍스는 현대오일뱅크·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직영주유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도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 2파전으로 굳혀졌다. 매각 금액은 1조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가 직영주유소를 매각한 이유는 에너지사업의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포트폴리오 정리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SK네트웍스 측은 "미래 지속성장과 투자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SK네트웍스 주유소는 2016년 말 513개에서 2017년 474개, 지난해 334개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총 1만1557개로 이중 3434개의 주유소를 보유한 SK에너지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주유소 321개를 포함하면 SK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3755개다. 이어 △GS칼텍스 2382개 △현대오일뱅크 2241개 △에쓰오일 2144개 △기타 969개 △알뜰주유소 397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가 매물로 나온 SK네트웍스 주유소를 모두 인수할 경우 유통망 수 기준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네트웍스 주유소는 국내 전체 주유소의 3% 정도지만 핵심 지역 직영주유소 300개라는 측면에서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자체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임에도 현대오일뱅크가 인수에 나선 이유는 단순 양적 확장이 아닌 미래 먹거리 선점 목적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주유소에서 벗어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 공유 서비스 등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을 통해 경쟁사들을 뛰어넘겠다는 분석이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뛰어넘기'란 일부 단계를 생략하고 상위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내연기관차 시대에서는 3위에 머물렀지만 전기차, 수소차 등이 등장하는 미래에서는 선발주자가 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선 도심 내 직영주유소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직영주유소는 28개, 경기 지역은 45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수도권 지역 SK네트웍스 주유소는 100여개로, 주유소 보급 초기부터 운영됐던 주유소들이 많기 때문에 도심 주요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가 선점했던 지역에 진입해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전기차 등 모든 자동차용 연료를 한 곳에서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울산에 설립했고, 경기도 고양시에도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강소기업 2곳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했다. 내년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속초 등 전국 거점도시 10곳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전국 거점 도시 내 대형 마트와 카페,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점이 골자다. 20·30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 운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쿠팡과도 주유소 기반 물류 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번 인수 형태는 재무적 투자자(FI)가 자산을, 정유사가 주유소 영업권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자산을 인수하면 현대오일뱅크가 위탁 운영하게 되고, 일정 수준의 운영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운영 수수료 관련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 "내년 상반기 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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