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의 '타다' 기소···무엇이 혁신을 가로막는가
[기자수첩] 검찰의 '타다' 기소···무엇이 혁신을 가로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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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앞으로 어떻게 다 좇아갈 수 있을지 때론 겁이 나기도 한다."

박영선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치맥(치킨과 맥주) 미팅'에서 한 발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스타트업 환경과 규제에 대한 벤처·스타트업 담당 부처 수장의 평가다. 이는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두려움', '낯섦', '어색함', '불편함' 등 새로운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도 닮아있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전쟁의 대표격으로 떠올랐다. 신산업이 등장했지만 법령에 부합하지 않거나 기존 산업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좌초 위기에 놓인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앞서 택시업계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검찰은 승합차호출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타다를 렌터카가 아닌 사실상 '유사택시'로 보고,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타다의 위법성 여부를 차치하고 이번 '검찰의 타다 기소'는 신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조를 여과 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타다가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들의 새로운 영업행태는 기존 산업을 흔들기 충분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갈등을 키웠다.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지는 데도 관련 제도화 논의는 진일보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타다가 제도권으로 안착하기도 전에 사업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상생 방안을 찾겠다며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상 방관했으며,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벤처기업부는 소관 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배제된 채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간 제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고질이었다. '타다 서비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 등 타다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도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이 가운데 신산업은 가로막히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기존 산업의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기존의 틀과 주어진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혁신'은 없다. 시장이 커질 대로 커져 갈등과 문제가 발생한 뒤 부랴부랴 규제를 만드는 상황을 우리는 여러 차례 봐 왔다. 뛰어난 ICT 기술력과 우수한 인재가 있음에도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들이었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신산업을 바라보는 낡은 사고와 제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어 유연한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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