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영구정지' 두고 고민에 빠진 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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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 "2015년 수명연장 허가는 위법"···항소한 원안위·한수원
다음달 20일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2심 선고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2015년 수명연장 허가로 논란을 빚었던 월성 1호기가 재차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발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앞서 수명연장을 허가했을 뿐만 아니라 '수명연장 무효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는 점에서 원안위의 의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20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수명연장을 위해 투입된 비용 집행에 대한 책임 여부도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4년 넘게 진행 중인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2015년 5월 18일 주민 강모씨를 비롯한 국민소송원고단 2167명은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이 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수명연장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같은해 10월 2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2017년 2월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는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한 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의 설계수명이 종료된 노후 원전이다.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2009년 한수원이 압력관을 교체하겠다고 나서면서다. 3년 후 수명이 완료되는데도 6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핵심 설비를 교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명연장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문이 지속 제기됐지만 사업자는 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수명연장 허가를 신청했고, 2015년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1심 재판부는 취소 사유로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교체는 위원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사무처 과장 전결로 처리했다는 점 △자격없는 위원들이 참여했다는 점 △R-7 등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한 안전성평가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계속운전 허가 이전에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교체가 이뤄진 것은 위법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이 제시한 근거들은 수명연장 심사 당시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문제다. 

몇 년 동안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제기된 핵심 쟁점은 'R-7(알세븐)' 등 중수로 원전의 최신 기술기준 적용 여부였다. R-7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이중 수문, 밸브 등을 설치해 격납건물의 방사능 차단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설비 추가를 요구한다. 월성 1호기는 캐나다가 개발한 '캔두(CANDU)형' 원자로다. 캐나다 규제기관은 동일 모델의 자국 원전에 R-7(격납건물 계통요건)을 비롯해 R-8(정지계통 요건), R-9(비상 노심 냉각계통 요건) 등의 규정을 적용한다. 원자력안전법 제38조 2항에는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해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성 2~4호기에는 해당 규정이 기술기준으로 적용됐기 때문에 R-7 등은 최신 기술기준이라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었다. 월성 1호기는 압력관 교체 외에는 어떠한 설비보강도 없었고,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채 수명연장이 결정됐다는 것. 1심 재판부는 이같은 기준으로 안전성 평가가 이뤄져야 했지만 원안위는 R-7 등을 적용하면 월성 1호기의 안전성평가 결과가 어떠한지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원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주 열린 항소심 최후변론기일에서도 양측은 R-7 등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그동안 R-7 등은 최신 기술기준이라고 할 수 없고, 일부 기준을 비교 분석해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R-7과 R-8, R-9 등은 최신 기술기준으로는 볼 수 없지만 이같은 지침을 활용해 안전성 분석을 수행했으므로 결국 안전성 평가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해당 규정은 1981년 이후 건설된 원전에 적용되므로 월성 1호기는 해당되지 않으며 해당 기준을 적용해 평가할 필요는 없고 활용해 평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기술기준을 '적용해 평가하는 방식'과 '활용·평가하는 것'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민원고단 법률대리인은 "사업자가 일부 규정을 참조한 것이지 '설계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가 활용했다는 기술기준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만 취사선택했을 뿐 하드웨어적 기술 기준에는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가해서 적용하거나 평가·활용하는 것은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최신 기준기술은 인허가 당시에 적용됐던 기술 기준이 아니므로 최신 기술과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분석하는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한데 이것조차 무시하고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후변론일에는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고 측은 활성단층 등 지진 관련 내용에 대해 "해당 주장은 신고리 5·6호기 소송에서도 제기돼 전문가 감정을 실시한 결과 원고 주장이 원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근거없는 공포를 야기하는 부분까지 확대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고 측은 "반론을 하더라도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서 반박해야 한다"면서 "신고리 5·6호기 소송 원고 측 대리인들이 지진이나 원전 설계에 대해 모른다는 등 이같은 모욕적인 발언을 함부로 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 수명연장 무효소송 2심 선고와 원안위 결정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8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월성 1호기도 전력공급 계획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한 후 올해 1월 핵연료 인출을 완료하고, 2월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회의를 열어 영구정지 심사안을 상정했지만 현재 잠정 보류 중인 상태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원안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한수원도 제3차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 한수원의 경우 사업자로서 판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만 그동안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1심에서 원안위가 패소하면서 적극 소명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안위가 항소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 제기됐지만 항소 취하없이 재판을 이어갔으며 다음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항소심 판결은 직·간접적으로 영구정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항소심 판결 후 원안위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인지 혹은 순서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앞서 최후변론일에서 피고 측은 "원안위 회의에서 영구정지 허가가 이뤄질 경우 쟁송의 대상이 없어진다. 원안위 결정 이후 판결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2주 간격으로 열리는 원안위 회의는 오는 15일 예정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15일 개최될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건이 안건으로 상정될 지는 다음주 초에 알 수 있다"면서 "한수원의 출석 여부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영구정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이번 판결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엉터리 규제에 대해 사법부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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