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 규제완화, 체하지 않는게 중요
[기자수첩] 자본시장 규제완화, 체하지 않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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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체하지 않으려면 천천히 꼭꼭 씹어야 한다. 이건 음식에 한정된 이야기 만은 아니다. 자본시장의 성장에서도 체하지 않으려면 천천히 꼭꼭 씹을 필요가 있다. 

최근 자본시장에는 '급체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 규제 완화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오는 21일 부터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완화가 시행된다.

"진보를 위해선 보호장치 마련과 함께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지난 9월 2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가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탓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규제 완화는 시장의 빠른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급하게 가속패달을 밟았다간 탈이나기 마련이다.

2015년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10월 기준 국내사모펀드 총 설정액은 395조원으로 이는 지난 4년간 2배 이상으로 성장한 규모다. 전문 사모운용사 역시 2014년 10개사에서 지난해 말 169개사로 급증했다. 

사모펀드는 기업에게 다양한 자본조달 수단을 제공해 기업의 각 성장단계별로 요구되는 자금의 공급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투자대상을 제공해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상품, 라임자산운용 환매 사태 등 사모펀드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사모펀드 상품 개발, 운용과 판매 전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사모시장에 접근하는 전문투자자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충분한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전문투자자의 요건완화에 대한 불안감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개인전문투자자는 요건에 맞는 일반투자자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는 것으로, 전문투자자가 되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기 쉬워지게 된다. 

개인전문투자자의 인정 요건이 완화되면, 전문투자자의 자본시장 활성화로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리스크 관리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위험에 노출되는 투자자와 자금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증권업계는 전문투자자가 최대 4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도에 변동이 생기면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개인전문투자자의 숫자를 차근히 늘려가면서 투자위험 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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