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요란한 '오픈뱅킹', 용두사미 '계좌이동제' 전철 밟나
출발 요란한 '오픈뱅킹', 용두사미 '계좌이동제'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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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편의성 측면 유사성..."이용률 기대치 못미칠 수도"
사진=신한은행
사진=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권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지난 2015년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가 유야무야 돼버린 '계좌이동제'와 유사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계좌이동제는 A고객의 계좌를 다른 계좌로 옮길때 공과금·통신비·급여 등의 자동이체도 함께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편리할 것으로 여겨져 고객호응이 꽤 많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은행권에서는 2015년 도입 당시 약 600조원 규모의 주거래 은행 이동을 예상해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한 각종 이벤트부터 특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지금의 오픈뱅킹 열기와 비슷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객들 이동은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 그리 많지 않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17년 9월말 계좌이동 서비스 이용 건수는 총 1404만건이었다. 통계청 집계 기준으로 같은 시기 지로 자동계좌이체 건수가 6607만7500건, CMS자동이체 건수가 8256만8800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막 걸음마를 뗀 오픈뱅킹도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오픈뱅킹은 지난 30일부터 시작돼 국내 10개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타행 계좌의 자금도 옮길 수 있다. 고객이 A 계좌(은행) 앱에서 타은행 B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또다른 은행 C계좌로 B계좌 잔액을 이체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는 계좌이동서비스와 유사하다.

실제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 첫 날, 은행 앱 이용자수가 10월 매주 수요일 평균보다 36.5% 증가하는 등 금융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클릭 조회 수 기반으로 오픈뱅킹 서비스 자체에 관련된 것인지는 파악이 어렵다.  

은행권 일각에서 오픈뱅킹이 생각보다 활성화가 더딜 것이란 이유를 제시하는 데는, 인터넷 뱅킹과 핀테크 서비스와 같이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유사 서비스가 앞서 도입돼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앱 기반으로 이용한다 해도 바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고객이 앱에서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이미 비대면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한데다, 오픈뱅킹이 앱에 계좌를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 은행 간 자금 이체 등의 거래가 생각보다 많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핀테크 기업들도 서비스를 시작하는 12월 18일 이전까지는 은행권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오픈뱅킹 시범사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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