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외교의 질이 달라졌다
[홍승희 칼럼] 외교의 질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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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4개월이나 됐다. 첫 공격을 받았을 때는 우리 사회 모두가 충격과 당혹스러움으로 걱정도 컸다. 그러나 그 4개월 동안 한국은 정부, 기업은 물론 일반 국민까지 나서서 공격했던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놀랄 만큼 효율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반도체 대기업들은 물론 갑작스레 새로운 공급처가 되기 위한 테스트 과정을 겪은 중소기업들도 매우 빠른 성과들을 보여줘 오히려 일본의 기존 거래처들이 당황하며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기업들이 자국 정부에 의해 언제든지 거래의 신뢰를 저버릴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장비 등을 일본으로부터의 공급에 크게 의존하던 여타 기업들도 서둘러 자체 장비개발에 나서는 등 태세전환을 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기업들이 그런 효과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 또한 지난 4개월 동안 여러 국가들과 잇달아 FTA을 체결함으로써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효과를 봤고 그 덕분에 올해 들어 FTA 협정국들과의 무역에서 9월 말 현재 53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국제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만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FTA 체결을 서두른 정부의 노력이 큰 결실을 본 셈이다. MOU체결도 이어지고 있어 기업활동에 활력을 주고 있다.

통상교섭 부문 말고도 문재인 정부 들어 쌍방 외교 관계에서의 관계 재정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만큼 한국을 향한 견제도 커져가는 단계에 이르러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던 외교 관계를 새로운 틀로 끌고 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외교방식이 낯선 이들은 변화에 거부감을 보이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일단 경제 공습을 먼저 감행한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지소미아의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역공을 취함으로써 100가지의 공격 카드를 준비했다는 일본의 기세를 확실히 꺾었다. 한국 기업들의 효율적이고도 빠른 대응과 일반 국민들의 일본 불매가 초래한 일본 사회 내부의 사소해 보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균열 등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일본 정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역시 지소미아 파기였다.

실상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필요성이 컸던 지소미아의 파기는 미국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이 또한 이후 이어질 한`미 방위비 협상 등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계산까지 섰던 것으로 보인다. 협상은 어차피 상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공격 포인트를 먼저 찾아내는 쪽에 유리하게 전개될 확률이 높으니까.

지금도 워싱턴 발로 미국이 몇 십조 원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한다는 둥 하는 소식들이 전해지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업가 트럼프의 블러핑일 터다. 물론 지금보다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원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런 협상태도에 미국 내부에서도 질겁하는 반응들이 전해지지만 어차피 트럼프의 협상 방식 자체가 그런 걸 감안하고 한국 정부도 적절한 블러핑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못지않게 이미 우리가 그동안 미처 계산서에 넣지 못했던 미군 주둔지 관련 비용 등 거꾸로 청구할 요소들도 조목조목 챙겨서 상계시킬 치밀한 준비도 필요하나 트럼프를 상대로는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외교에서, 통상에서 종종 힘겨루기가 필요한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약소국이라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레 주눅 들어 외교적으로는 적잖은 손해를 봐왔다. 우리가 진짜 약하기만 했던 시절과 달리 이미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현재까지 그런 자세를 보였다가는 그야말로 국제적 호구가 되어 알뜰하게 벗겨 먹힐 일만 남을 것이다.

미국이 무기 수출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사이에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련 산업 FTA를 추진함으로써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기만 한다는 트럼프의 인식을 깨트리는 방법은 우리가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적대적 태도를 보여선 곤란하겠지만 맞잡은 손에 힘주는 상대를 만나면 이쪽도 마주 웃으며 그만한 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일방적인 수혜 대상도 수탈 대상도 아니다. 그 어느 나라와도 기세싸움을 벌여야만 입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 만큼 커진 국력을 자각한 외교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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