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막장'으로 치닫는 재개발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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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3·갈현1, 광주 풍향구역 등 무리한 공약·불법홍보 난무
국토부·서울시, 합동조사만 4년째···'보여주기' 수사 외 성과 없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진희 기자)
지난달 2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조'단위 재개발 사업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과도한 경쟁 속에 정비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수표' 남발은 물론 불법 홍보와 비방이 난무하며 건설업계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시공사 입찰을 마무리한 한남3구역으로 건설사들이 제출한 제안서에는 굵직한 공약 조건이 여럿 포함돼 있다. 해당 사업은 공사비 1조8880억원, 전체 사업비로만 7조원에 달하는 데다 향후 한남2·4·5구역 등의 수주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의 '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 △대림산업의 '공공임대 제로 아파트' △현대건설의 '조합원 분담금 대납 최저 이주비 5억원 보장' 등이다. 분양가 보장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상한제는 당장 오는 11월 초께 시행될 것으로 보이며, 상한제를 차치하더라도 조합원의 이익을 약속하는 분양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임대주택 제로의 경우에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일반분양분 임대사업자 통매각과 비슷하다.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처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나 국토교통부는 이를 상한제 '우회로'로 보고 있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3사 모두 70% 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도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공약인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광주 풍향구역에서도 건설사들은 시 건축정책에 엇나가는 설계안을 제시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홍보를 진행하는 등 조합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서울 갈현1구역의 경우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다 최근 조합이 현대건설의 입찰을 무효화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현대건설은 하자가 전혀 없다는 입장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했지만, 사업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이렇듯 대형 정비사업장들을 수주하기 위한 건설업체 간 수주전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4년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합동조사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받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전 '민낯'이 매해 해묵은 논란거리로 거론되지만 강도 높은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시공사 선정 과정에 위법한 사항을 적발하겠다며 당시 문제가 제기됐던 현장들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고, 수사의뢰 및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합동조사반은 강남 재개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현금과 명품가방, 호텔숙박 등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홍보대행업체 등 334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현재까지도 검토 및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마무리 기한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실질적으로 제재가 진행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적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정부는 다음주부터 한남3·갈현1 재개발 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결국 건설사들은 무서울 것 없이 '배째라식'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들을 남발하고, 물밑으로 '암투'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사들은 조합원을 설득하는 데 수백억원씩 사용해가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상대 건설사를 비방하는 홍보물 생산과 개별 홍보가 자행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상대 (건설사) 측을 비방하는 홍보물, 찌라시가 버젓이 돌고 있다"며 "조합원 개개인을 몰래 만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내가 조합원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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