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던 시내면세점 '천덕꾸러기' 전락
황금알 낳던 시내면세점 '천덕꾸러기'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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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 이어 두산도 특허권 반납 결정···동대문미래창조재단은 계속 운영 방침
서울 중구 장충단로 두타면세점 전경. (사진=두산)
서울 중구 장충단로 두타면세점 전경. (사진=두산)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서울의 시내면세점이 재벌들한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한화에 이어 두산이 시내면세점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동대문 상권에서 운영해온 '두타면세점'의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종료일은 관세청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공식 영업일자는 내년 4월30일까지다. 이는 잠정 기한으로, 관계기관 협의 및 세부 추진일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두산은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냈다. 내년 말까지 특허 기간이 남았지만 앞날을 불확실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특허권을 반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에 앞서 지난 9월30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갤러리아면세점 63' 문을 닫았다. 한화갤러리아도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냈다. 애초 영업 기간은 내년 말까지였지만, 면허기간(5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9개월 만에 반납했다. 한화갤러리아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조기반납 이유로 꼽았다.  

두산은 2016년 5월 개장한 두타면세점을 연매출 7000억원 수준으로 키웠다. 지난해 흑자(10억원)도 냈다. 하지만 이전 2년 동안 적자(2016년 477억원, 2017년 139억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자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두산은 '동대문 상권 살리기'와 '한국(K)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앞세워 두타면세점 특허를 따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가 당시 두타면세점의 상품기획(MD), 인테리어, 마케팅 등을 직접 챙겼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이익 중 최소 10% 기부 공약도 했다. 동대문 상권 특성을 고려해 '새벽영업'까지 도입하며 두산은 첫해 목표로 매출 8000억원과 영업이익률 3%를 내세웠다. 사업기간(5년) 동안 누적 영업이익 목표는 5000억원으로 잡았다. 

결국 두산의 목표는 신기루에 그쳤다. 두타면세점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7개월 만에 영업종료 시간을 기존 '층별 밤 11시, 새벽 2시'에서 '자정 일원화'로 바꿨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인 2017년엔 밤 11시로 한 시간 더 앞당겼다. 운영 면적도 기존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두산과 한화가 시내면세점 운영에 실패한 첫 번째 이유로 관련 업계에선 '입지'를 꼽는다. 여의도와 동대문이 면세점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시내면세점 판매품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 구매자가 대부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란 게 한계다. 따이궁 동선에 맞춰 서울 중구에 모여 있는 롯데면세점 본점(소공동), 신라면세점 서울점(장충동2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충무로1가)이 잘 나가는 이유다. 

대형 면세점 쏠림 현상도 두타면세점 철수 배경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빅3'(롯데·신라·신세계) 점유율이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롯데(4조4332억원), 신라(2조9701억원), 신세계(2조930억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총 9조4963억원에 달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 역시 시내면세점 실적 악화 원인 중 하나다. 2015년 이후 서울의 시내면세점 수가 13개로 늘면서 관광객 유치 경쟁은 치열해졌다. 관세청이 집계한 송객 수수료는 2015년 5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81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말 서울에 3개 시내면세점이 추가되면 관광객 유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한편, 두산은 동대문 상인들을 위해 만든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두타면세점 직원 고용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직원들 고용승계를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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