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맞추기식' 원전 증기발생기 하자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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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신월성 2호기서 길이 30cm 금속 이물질 발견
첫 정기검사서 이물질 확인했지만 제작사는 책임없어
'한빛 4호기 망치' 영향?···한수원-두산重 이해관계 맞물린 결과 
2016년 7월 신월성 2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발견된 길이 30cm 크기의 금속 이물질. (사진=김종훈 의원실)
2016년 7월 신월성 2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발견된 길이 30cm 크기의 금속 이물질. (사진=김종훈 의원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2017년 8월 '한빛 4호기 망치' 사건이 알려지기 전 신월성 2호기 증기발생기에서도 30cm 크기의 금속 이물질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빛 4호기의 경우 하자보증기간이 이미 종료됐던 반면 신월성 2호기는 2016년 7월 첫 계획예방정비 당시 이물질이 발견돼 제거 작업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제작사 두산중공업으로부터 하자보수 비용을 보상받지 못했다. 2016년 1월 31일로 보증책임이 종료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증기발생기 제작 과정상 이물질이 발견되는 경우는 첫 정비 때다. 신월성 2호기는 최초 정기검사 때 문제제가 확인됐음에도 제작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해당 원전의 시운전과 상업운전 시작일은 각각 2015년 2월과 7월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성능시험 완료 시점과 보증책임 종료일 설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의 혈세 낭비를 막기위해서라도 원전 특성에 맞는 하자보증은 필수다. 한수원이 2년 후 입장을 바꾼 것도 한빛 4호기 망치 사건이 맞물리면서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 1주기 종료 후 이물질 발견됐는데···제작사 책임은 없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최근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19일 신월성 2호기 1차 계획예방정비 기간 증기발생기에서 'ㄷ'자 형상의 금속이물질이 발견됐다. 해당 이물질의 길이는 28.5cm로, 제작 시 전열관 조립에 사용되는 임시 고정용 기구(지그)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1차 정비 기간 때 이물질을 꺼낸 후 같은해 11월 법률 검토를 거쳐 2017년 4월 12일 이물질 제거 비용 4억3600만원을 두산중공업에 청구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2016년 1월 31일로 하자보증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비용부담을 거부했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보증책임은 각 원자로설비의 만족스러운 성능시험완료일로부터 2년 후에 종료되지만 증기발생기(세관 및 습분분리기)와 가압기(전열기) 대상의 보증책임은 추가 2년 후에 종료된다"고 기재돼있다. 제작사 귀책사유로 성능시험이 연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책임은 신월성 2호기의 경우 2016년 1월 31일 만료된다. 당초 한수원은 해당 이물질이 증기발생기 세관 사이에 위치해 향후 기술기준에 위배되는 결함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2016년 1월이 아닌 2018년 1월까지를 보증기간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빛 4호기 망치 이물질의 경우 20년 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보증기간이 지난 후 결함이 발견되면 비용을 지불하고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를 해야 한다.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조기교체에 따른 추가 비용을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1996년 11월 한빛 4호기 첫 정기검사 당시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이물질 신호가 잡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여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추가 비용이 필요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빛 4호기의 경우 20년 간 망치가 핵심 설비에 끼인 채로 가동됐다는 점과 핵심 설비의 하자보증이 가전제품보다 짧은 2년이라는 점이 문제시됐다. 

그러나 신월성 2호기의 경우 1차 정기검사 때 금속 이물질을 확인했지만 제작사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것이다. 90년대에 건설됐던 한빛 4호기보다 2010년 이후 가동된 신월성 2호기의 하자보증기간이 더 모호한 셈이다. 한빛 4호기와 신월성 2호기는 둘 다 한국 표준형 원전인 OPR1000 모델이다. 

한빛 4호기 설비 공급계약서. (사진=김성수 의원실)
한빛 4호기 설비 공급계약서. (자료=김성수 의원실)
자료=김성수 의원실
자료=김성수 의원실

'한빛 3·4호기 원자로 설비 공급계약'에 따르면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하자보증기간은 상업운전 시작일인 1996년 1월 1일부터 1997년 12월 31일까지다. '성능시험완료일 혹은 상업운전일 중 후도래일로부터 2년 후에 종료된다'는 점에서 한빛 4호기는 상업운전일을 기점으로 2년의 보증기간이 책정됐다. 반면 신월성 2호기는 '성능시험완료일로부터 2년 후에 종료된다'와 '보증책임은 2016년 1월 31일을 넘지 않는다'는 내용만 기재됐을뿐 구체적인 날짜는 없다. 

신월성 2호기 설비 하자보증기간이 명시된 계약서. (자료=김종훈 의원실)
신월성 2호기 설비 공급계약서. (자료=김종훈 의원실)

신월성 2호기의 상업운전은 2015년 7월 24일 시작됐다. 이보다 앞서 출력상승 시운전은 같은해 2월 15일부터 4월 24일까지 69일간 수행됐고, 이후 각종 설비의 성능점검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월 31일이 하자보증완료일이라는 점에서 시운전과 상업운전을 시작일로 계산할 경우 2년이 채 되지 못한다. 계약서에 따라 해당 기간이 성립되려면 하자보증시작일은 2014년 1월 30일이다. 이날을 성능시험완료 시점으로 추정해볼 수 있지만 불분명하다. 

2013년 원전 부품 비리 사건으로 준공과 가동 일정이 꼬이면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자보증에 최소 첫 정기검사는 포함해야 하지만 이 경우 사실상 배제됐고, 운전 시작 후 반 년 만에 보증기간은 이미 종료돼 버린 셈이다. 두산 측 주장대로 하자보증기간이 2016년 1월 이미 종료됐다면 합의서를 쓸 이유도 없다. 이에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하자보증기간이 경과해 계약적 책임은 없지만 한수원과 협의해 처리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몇 차례 계약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계약서에 신월성 2호기의 준공예정일이 기재된 점으로 미뤄봤을 때 해당 시점을 전후로 보증기간을 책정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제작 후 검수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물질은 첫 정기검사 때 대다수 발견되는데 하자보증기간에 최소한 첫 정기검사가 포함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미 다른 곳에서 가동해봤던 OPR1000 모델이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보증 기간이 단축됐을 것"이라면서 "제대로 된 증기발생기 성능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자보증 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성능시험 관련 구체적인 내용과 날짜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기존 입장 뒤집은 한수원···"세관 직접 영향은 없다"

2016년 신월성 2호기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한수원은 두산 측의 비용 부담을 요구한다. △이물질이 증기발생기 세관 사이에 끼어있어 제거하지 않을 경우 세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규제기관 요구로 제거했다는 점 △세관 관련 추가 보증 기간에 해당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를 제기하고도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던 한수원은 갑자기 기존 입장을 뒤집는다. 지난해 1월 한수원 법무실의 '전열관 이물질 제거비용처리 관련 검토' 의견서에서는 "하자보증기간은 이미 종료돼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관 자체에 기술기준 위반의 결함이 발생한 것은 아니고 이물질이 세관 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관 하자는 아니라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은 해당 이물질을 첫 정기검사 때 발견한 후 바로 제거했다. 증기발생기 하단에 있었던 한빛 4호기 망치에 비해 신월성 2호기 이물질의 유동성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한 소장은 "국내 경수로 구조상 이물질이 들어가도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1차 계획정비 때 꺼냈다는 말은 자체 시스템에 감지될 만큼 민감한 위치에 끼어있어 진동이 컸다는 것"이라면서 "바로 제거하지 않았다면 세관에 중대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물질 제거에 소요된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향으로 합의했고, 두산중공업은 현물로 비용을 대신했다. 두산중공업이 현물로 납부한 스터드볼트 등의 제품이 실제 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입장을 바꾼 배경이 석연치 않은 가운데 2017년 8월 불거진 한빛 4호기 망치 사건이 이유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김형석 한수원 부사장은 김종훈 의원에 지적에 대해 "이물질이 증기발생기 세관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검토 결과 세관 영향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면서 "내부적인 책임도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이에 노웅래 과방위원장도 "현물 납부를 비롯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면서 "결국 제작사와 짜고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한빛 4호기 망치 사건으로 한수원 입장에서는 신월성 2호기 문제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두산 측도 보수 비용은 적은 편이었지만 하자로 판명날 시 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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