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영화, 문학, 그리고 바다 '강릉국제영화제'
[김무종의 세상보기] 영화, 문학, 그리고 바다 '강릉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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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제야? 강릉에서도 오는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강릉국제영화제(GIFF)가 열린다.

국내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레드카펫에 국내외 정상급 영화배우들이 나오니 대중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부산이 해운대 등 유명 관광지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은 덕분에 ‘영화 도시’라는 브랜드 네임도 추가했다.

부산 외 전주, 부천, 제천에서도 영화제가 열린다. 전주는 저예산 독립, 부천은 판타지, 제천은 음악영화 등으로 나름대로 차별화된 축제의 제전을 열고 있다. 울산도 국제영화제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난립’으로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게임, 방송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85%가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문화축제의 확산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강릉은 처음 개최하는 이번 국제영화제를 문학과 영화의 콜라보로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강릉은 예부터 문향(文鄉)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조선 연산군 대의 문신 홍귀달은 ‘강릉항교 중수기’에서 “강릉에는 풍습이 문학을 숭상한다”고 언급하며 “시골 구석 마을에까지 선비들이 위엄 있고 엄숙한 태도와 조용한 몸가짐을 하고 있었다. 이는 모두 글을 읽는 사람 때문"이라고 기록했다.

이런 풍토에서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같은 조선 최고의 여류작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허난설헌은 중국에까지 유명세를 떨친 여류작가다. 그의 글을 받기 위해 중국의 당대 유명인들은 애를 썼다. 신사임당은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뛰어나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예인(藝人)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화코드를 갖고 강릉은 국제영화제의 차별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영화&문학’ 키워드를 위해 문예영화 특별전으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안개’ ‘삼포가는길’ ‘장마’ 등의 대표작을 상연한다.

또한 ‘황금시대’와 ‘조용한 열정’ ‘내 책상 위의 천사’ ‘나의 고양이에게’ 상영작은 각각 중국 샤오홍, 미국 에밀리 디킨슨, 뉴질랜드 자넷 프레임, 방글라데시 타슬리마 나스린의 여성작가 삶을 다룬다.

‘거장과 신예작가’도 주요 주제의 한 축이다.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 배창호 감독(고래사냥), 이장호 감독(별들의 고향), 안성기 배우(겨울나그네) 등과 함께 하는 토크가 진행된다. 또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칸 영화제의 아시드 칸 섹션에 선정된 작품 중 총 10 작품을 엄선해 국내 영화제로는 처음 선보인다. 아시드 칸은 세계영화제를 이끄는 전도유망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일종의 신인전이다.

칸영화제 등 각국의 대표적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도 모여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국제 포럼도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정상권으로 이끈 김동호씨가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번 가을 여행은 강릉에서 경포 해변 등을 거닐며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누리는 작은 호사를 부려봄도 좋을 만하다. 강릉국제영화제는 경포해변과 강릉아트센터,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CGV강릉, 강릉시 일원 등지에서 열린다. 처음 치르는 행사로 일부 불안한 시선도 있지만 시민의 참여와 영화제를 즐기려는 참가자의 여유가 이번 축제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 도시이기도 하다. KTX 등 교통여건도 좋아져 가을 바다와 경포호수 등 산수(山水)를 누릴 겸 영화제에 녹아드는 것도 가을여행의 백미일 것 같다. 좀더 일정의 여유가 된다면 가까운 설악산 등지의 단풍 여행도 삶에 힐링을 더하는 덤이 될 것이다. 필자도 영화제 상영작을 본 후 테라로사 등이 있는 커피 거리에서 문학과 영화를 디저트 삼아 작은 사치를 누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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