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초읽기···'샛길' 찾는 재건축 vs 틀어막는 정부
분양가상한제 초읽기···'샛길' 찾는 재건축 vs 틀어막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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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 "살 수 있는 길 모색할 수밖에"
정부·서울시 "규제 회피, 좌시하지 않을 것"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장들은 최근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샛길'을 모색하는 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이달 말께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및 서울시는 집값 상승을 우려해 '후분양'·'통매각' 등의 우회경로를 원천차단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2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이달 말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을 앞두고 각기 다른 셈법을 골몰하고 있다. 잠실 내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상한제 적용과 상관없이 후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상한제 유예기간인 6개월 내 일반 분양에 나서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자체분양가 산정 결과 후분양을 통해 규제도 피하고 제값을 받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조합들은 유예기간 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산정을 받으면 2600만~2700만원 수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후분양에 나설 경우 10년 내 주변 준공 단지의 분양가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HUG의 분양가 책정을 피하고 해당 단지의 땅값과 건축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상한제 적용을 통해 시세에 맞는 집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현재 이주 완료하고 울타리 공사 등 철거 준비가 한창인데 시공사 선정에서 받았던 특화설계까지 반영하다보니 부득이 설계변경에도 들어간 상황"이라면서 "때문에 동호수 추첨 및 분양계약까지 끝내고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분양을 강제할 수도 없지만, (정부가) 후분양을 유도하겠다고 한다고 해놓고 지금은 또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강변에 위치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의 경우 최근 기업형 임대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고를 냈으며, 오는 29일 총회를 열어 통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3.3㎡당 조합원 분양가인 4800만원보다 낮은 3800만원의 일반 분양가 책정으로 차액 분에 대해서 조합원의 분담금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이번 공고를 통해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분 300여가구를 통째로 매각해 최대한 주변 시세대로 분양 수익을 남기기 위해 통매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수의계약 공고 결과, 3.3㎡당 6000만원 수준의 입찰이 들어왔다. 조합 측은 소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전 최대한 빠르게 임대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신반포15차(서초구) 재건축조합은 후분양과 유예기간 내 분양을 두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매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던 진주아파트(송파구)는 조합 내부 회의론이 커지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외에도 문정시영(송파구), 이촌현대(용산구)은 용적률이 높아 수익성은 낮지만, 인허가 기준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건축초과이인환수제가 적용되지 않는 리모델링에 나서기도 한다.

재건축 단지들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상한제 적용 첫 대상지역을 선정하기만 하면 곧바로 제도를 발동시킬 수 있다.

정부는 집값은 기본이고 새로 나올 일반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할 만한 곳으로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은 지역 또는 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해 후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집중한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애초에 분양가상한제가 나오게 된 이유가 HUG의 고분양가 관리제도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후분양에 나서거나, 임대 후 매각에 나서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고분양가 관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례들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의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괄 매각을 위해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필요한데 조합 측은 총회를 통해 정관변경만 이뤄지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조합 설립 취지가 임대주택 공급이 아니고 재산 관계 중대 변경사항에는 반드시 새로운 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됐는지 보고해달라고 서초구청에 공문을 보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창구를 모두 틀어막을 것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급에 대한 압박을 연일 이어가고 있지만, 강북·노원·창동·목동 등의 지역에서 향후 재건축 연한이 도래해 한 꺼번에 시장에 공급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시기에 맞는 개발과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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