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긴장 완화···원·달러 환율 1150원대 가능할까
美中 긴장 완화···원·달러 환율 1150원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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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1170~1190원대 횡보···1200원은 못 넘겨"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160원대 후반으로 뚝 떨어지자 시장의 관심은 추가 하락 여부로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을 환율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으로 본다.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170~1190원대를 횡보할 것이라 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중이 '언해피(unhappy) 엔딩'을 맞더라도 외환당국의 개입에 1200원을 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7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5원 오른 1174.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장 대비 2.3원 상승한 1172.0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중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달러당 1160원대 후반으로 떨어진 뒤 하루 만에 다시 달러당 1170원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지난 21~22일 이틀간 원·달러 환율은 기존 대비 11.8원 떨어졌다. 특히 전일 종가(1169.7)는 지난 7월4일(1168.6원)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점이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며 화해무드가 조성된 영향이 컸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한 때 힘을 얻었던 1200원 돌파 관측도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제 남은 두 달(11·12월) 원·달러 환율의 향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환율 레인지는 최하단 1150원, 최상단 1200원으로 잡혔다. 구체적으로 △DGB대구은행 1150~1190원 △삼선선물 1160~1200원 △키움증권 1170~1190원 △KEB하나은행 1165~1190원선을 각각 제시했다.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 美中 무역협상 훈풍···"1150~1160원 전망"

우선 1150~1160원대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가운데 올 하반기 들어서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 둔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1일 부분적 합의 형태의 1단계 '미니딜'에 도달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예정했던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 관세율 인상을 보류했고, 중국은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이달 초 발표된 미 9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비제조업 지수가 일제히 예상을 하회했다. 특히 미국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ISM 제조업 지수가 1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면서 그간 유로존, 중국 등에 비해 견고한 모습을 보였던 미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하고 있다는 기대감은 위험선호 심리를 부채질 했고, 미 경제둔화 우려와 맞물리며 글로벌 달러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일 고점인 99선을 찍은 후 현재 97선대로 내려왔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달러가 추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사진=서울파이낸스

◆ 글로벌 불확실성 여전···1200원 돌파는 '손사래'

결국 유의미한 원화 강세를 위해서는 우리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돌아봐야 한다. 오는 24일 나오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문제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연 2.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분기 성장률이 0.6%를 넘겨야 하지만, 그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경기역행적 통화(counter-cyclical currency)임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높아질 때 달러 가치가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 연구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우호적인 정보들이 시장에 단번에 반영됐는데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에 1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된 이후 관련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며 "미국 실물경제 지표들의 둔화세가 나타날 수 있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강화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고점을 웃돌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외환당국의 확고한 방어선임을 확인한 탓이다. 김유미 연구원은 "1200원을 넘더라도 한 때 터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지난 5월 당국이 1200원선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시장은 당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불문율"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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