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유가, 세계증시 '태풍전야'?
서브프라임-유가, 세계증시 '태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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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대은행 와코비아, 11억 달러 추가 부실 발표에 美 증시 급락
신용위기 불안감 증폭에 유가 100달러 돌파 목전 '악재 또 악재'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서브프라임 망령이 되살아 나면서 지난 주말 국제 금융시장이 또 다시 소용돌이쳤다. 지난 3~4월과 8~9월에 이은 '3차 서브프라임 쇼크'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칠 조짐이다. 

미국 4대 은행인 와코비아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으로 추가 부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9일(현지시간) 월가를 강타했다. 핵심은 10월 한 달 동안 11억 달러의 부실자산을 손실처리했다고 밝힌 것. 이에 앞서, 13억 달러의 손실을 밝힌 바 있어 시장의 반응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고유가와 약달러, 버냉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이 가세하면서 이날 증시는 죽을 쒔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9일 223.55포인트(1.69%) 하락한 1만3042.74로 마감했으며, 나스닥지수도 68.06포인트(2.52%) 급락한 2627.94를 기록했다. 영국과 프랑스 증시도 각각 1.2%와 1.9%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 차례 금리인하 덕분에 가라앉는 듯했던 신용불안의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월가의 분위기다. 쉽게 가라앉기 어려우리라던 서브프라임 망령이 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불안을 키운 것은 금융회사들의 손실 규모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 증폭이다.
그동안 시장은 미국 씨티그룹과 JP모건, 영국 바클레이스 등이 지난 3분기를 결산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입은 손실을 발표하자, 이제 드러날 피해는 다 드러난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구체적인 징후가 다시 시장을 엄습한 것.

더구나, 지난 2일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장부를 분식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발표된 것 이상일 수 있다는 의심이 시장에 광범하게 퍼진 것이 문제다.

여기에, 달러 가치 급락과 유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이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Euro)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유로당 1.5달러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값은 지난주 중 98달러까지 치솟은 뒤 하락했으나 주말 96달러 선으로 다시 뛰어 올랐다.

이렇듯 다시 점화된 신용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위기다.
무엇보다, 시장의 의심이 커졌다는 게 문제다. 이번 주엔 만만찮은 복병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4분기 첫 달인 10월 한 달 동안 미국 실물 경제 동향이 변수다. 14~15일 이틀 동안 10월 소매판매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업생산이 잇따라 발표된다.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다른 복병인 국제 유가는 이번 주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일시적으로라도 100달러 돌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뉴욕상업거래소의 WTI 12월 인도분 선물거래 만기일이 금요일인 16일이고, 만기일이 코앞인데도 청산되지 않은 선물계약이 무려 32만 건에 이른다는 점이 부담이다. 게다가 기름값이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베팅한 헤지펀드 등의 콜옵션 계약만도 4만2000건에 이른다. 이는, 과거보다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여기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기름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여 국제 원유값이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유가 100달러가 증폭된 신용불안과 맞물릴 경우 글로벌 증시는 다시 한 번 급전직하할 수 있다.

박선현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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