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은행 '흥행 열쇠' 쥔 은행권···현실은 "굳이···"
제3인터넷은행 '흥행 열쇠' 쥔 은행권···현실은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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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소비자 보호 위해 은행권이 재무적투자자 참여 필요
은행권 "차라리 관련 기업 직접투자···기존 인터넷은행 활성화가 답"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설명회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설명회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오는 15일까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진행되는 가운데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은행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는 은행권의 참여가 당락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혁신을 강조하더라도 예금자가 있는 '은행'인만큼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국의 시그널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보통신기업(ICT)이 혁신적으로 주도한다 해도 결국은 은행"이라며 "700만~1000만명의 예금자가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금융주력자가 있음에도 역할이 제한돼 제때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지금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반면 금융주력자가 초반부터 확실하게 역할을 해줬던 카카오뱅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은행만 놓고 보더라도 금융주력자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예비인가 컨설팅까지 진행했던 금융당국은 또다시 모두 탈락하는 수모를 막기 위해서라도 혁신성만큼이나 자본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은행권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 몇년간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도 더이상 차별성이 없어 돌아오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토스는 SC제일은행과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지난 5월 신한금융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준비하다 의견 차이로 갈라섰고, 이후 자본력에 대한 지적을 받아 탈락했다.

당시 외부평가위원들은 토스뱅크의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이 전환상환우선주(RCPS) 중심이라 안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RCPS는 투자자가 상환을 요청하면 돌려줘야 하는 자금이다.

토스뱅크가 이번 예비인가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은행권, 하다못해 제도권 금융회사를 끌어들여야 한다. 토스와 제일은행은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토스 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여부조차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 역시 "접촉은 한 걸로 보이지만 이렇다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5월 토스뱅크와 함께 탈락 고배를 마신 키움뱅크도 하나은행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번 탈락 사유였던 혁신성을 보안해 재도전 하는데 이번에는 자본력 문제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제 와서 새로운 금융 주력자를 찾기에도 시간이 촉박하다.

하나은행은 "재도전 여부를 걸정하지 못했다"며 "주주사와 논의하고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하나은행이 인터넷은행보다는 핀테크 자회사인 '핀크(Finnq)'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주주사인 SK텔레콤과 핀크에 5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오는 12월 오픈뱅킹이 도입돼 핀테크 기업이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경계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금융주력자중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신한금융은 마땅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찾지 못해 관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활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만한 ICT기업이 시장에서 실종된 상태다. 또 이미 출시한 신한금융 계열사의 앱들을 활용해 원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갖출수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쉽지 않다.

이 외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한 '소소스마트뱅크'에서 금융주력자로 미래에셋금융그룹, BNK경남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유치하려 하지만 이들 은행의 반응은 시원찮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등 서비스에 차이가 없어진 현 상황에서 굳이 은행권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만한 이유가 없다"며 "영업중인 인터넷전문은행도 아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 기존 금융권에 참여하라고 독려해봐야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핀테크 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스타트업에 직접투자 하는 걸 더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차라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활성화해 확실하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은행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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