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보험사와 GA의 '공생'
[전문가 기고] 보험사와 GA의 '공생'
  • 최병채 인카금융서비스 대표이사
  • seoulfn@seoulfn.com
  • 승인 2019.10.0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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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채 인카금융서비스 대표이사
최병채 인카금융서비스 대표이사

어느 커피 전문점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한 줄이 아니었다. 다이어리나 커피 머그잔 같은 시중에서는 팔지 않는 상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한 것을 사려고 줄을 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품에 사은품을 끼워 파는데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더 큰 구매효과를 거두게 되는 이른바 ‘덤 마케팅’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를 흔히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라고 하는데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의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왝더독 현상은 현물시장(몸통) 거래에서 파생된 선물시장(꼬리)이 오히려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을 좌우하는 것을 두고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최근 보험시장에서는 독립법인대리점인 GA(General Agency)가 보험사의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을 두고 왝더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난달 인카금융서비스가 기업형 GA로는 처음으로 설계사 1만 명을 돌파한 것에서 보듯 보험 시장에서 GA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KEB 하나금융연구소의 ‘GA 채널의 영향력 확대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으로 GA 소속 설계사 수는 22만5000명으로 2015년 전속 설계사 수를 추월해 계속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GA는 지사형(연합형)이나 프랜차이즈형, 기업형 GA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기업형 GA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 이유는 본사의 주도적인 통합관리로 체계적인 영업 지원이나 교육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정확한 비교 분석을 통해 고객은 물론 설계사까지도 만족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GA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게 마련이다.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국내 보험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와 같은 문제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보험 모집수수료에 지급 기준을 설정하고 보험사가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시책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불완전 판매는 보험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일 뿐만 아니라 보험 업계가 풀어야 할 오랜 숙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보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온 GA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GA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으면 전체 보험 시장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G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보험사와 GA는 오랜 기간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앞서 왝더독 현상을 예로 들었지만 보험사와 GA의 관계는 몸통과 꼬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견제가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GA는 양질의 계약을 통해 보험사의 채널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하고 보험사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GA의 운영비용 절감을 지원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효용성이 증가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은 산업 발전에 따르는 후행적인 규제 확대보다는 산업 발전과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보험사와 GA, 금융당국이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 때 보험 산업의 기존 프레임을 뛰어넘어 다양한 파생 서비스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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