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방폐물 특별검사' 나선 원안위···왜?
국감 앞두고 '방폐물 특별검사' 나선 원안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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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폐기물 무단 반출 사건 당시 핵종분석 오류도 인지 
방사능 분석 문제 현재진행형···민간단체 "원자력硏 감사 중"
사진=제보자
사진=독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2017년부터 불거진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무단 반출 사건은 원자력계의 폐기물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로 잠잠해질 것으로 여겼지만 지난해 9월 알려진 중·저준위 방폐물 핵종분석 오류는 세간을 다시 뒤집어 놨다. 최근 민간 주도의 연구원 감사 과정에서 원안위가 폐기물 무단 반출 조사 당시 핵종분석 문제도 이미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규제기관은 지난달 16일부터 방폐물 관리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원안위는 원자력환경공단의 후속 대책 이행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를 의식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외부의 문제 제기로 조사 착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번 일이 터져야만 나서는 규제기관의 ‘뒷북’ 대응은 올해 국감에서도 강도 높은 질타가 예상된다. 

◇ '자진신고'로 조사 착수했다더니···2017년 이미 알고 있었다

원안위의 핵종분석 오류 조사 착수 계기는 원자력연구원의 자진 신고 영향이 컸다. 지난 6월 열린 103회 원안위 회의에서 방사성폐기물관리과 과장은 "방폐물 핵종분석 오류에 대해 연구원에서 지난해 7월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하던 중 언론에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이에 즉시 조사에 착수했고, 연구원에서는 지난해 9월 20일 원안법 위반 의심 사례를 자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원안위는 2015~2017년 방폐장에 인도된 원자력연구원 폐기물 2600드럼과 한국수력원자력이 2004~2016년 척도인자 개발·검증을 위해 분석의뢰한 원전 폐기물 핵종농도값 데이터 3465개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원 방폐물 2111드럼에서, 원전 방폐물 데이터 167개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파이낸스>가 입수한 핵종분석 관련 다수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전알파 방사능 농도 재분석과 분석절차, 드럼 그룹핑, 수정 척도인자 인허가 등 최근 원안위 조사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우선 2017년 4월 26일 '폐기물 이송 관리 협의 결과보고'에 따르면 "파괴분석 폐기물 200드럼은 분석시 그룹화에 대한 논리적 배경이, 척도인자가 적용된 250드럼의 경우 수정 척도인자로 인허가가 필요하다"고 기재돼있다. 해당 폐기물은 2017년 상반기 방폐장으로 옮겨진 드럼이다. 원안위 조사에서는 파괴분석 200드럼 가운데 전체가, 척도인자 250드럼에서는 3드럼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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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2일 회의에서는 "전알파 분석시 건조잔류물과 '테프론(기계·자동차·반도체 등의 부품에 사용되는 화학섬유)'에 의해 형성되는 다양한 모양의 시료에 의해 분석결과가 과소평가됐다"면서 전알파의 재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방폐장으로 옮겨진 잡고체 384드럼과 폐필터 284드럼의 전알파 방사능이 수정되기 전에는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2015년에 인수된 방폐물은 모두 오류가 발생했고, 2016년 384드럼에서는 380드럼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후자의 경우 분석시료가 없어 모의시료 제작으로 방사능 보정계수가 적용됐다.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실험에 사용된 폐필터 전처리 용액의 구성 성분이 실제와 동일한지 확인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출을 다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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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연구원과 원안위 사이 오갔던 메일에는 2017년 인도 방폐물을 둘러싼 기관별 이견을 다루면서 "분석시료 조제와 데이터 정리 과정 중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기재돼있다. 수차례 회의를 통해 후속 조치를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당시 언급된 1000드럼 가운데 743드럼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2017년에 제기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103회 회의 자료에서도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 설명대로라면 최소 1년 6개월 전 현황은 파악했지만 연구원 신고 전까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의 경우도 2018년 7월 자체 조사 과정에서 데이터 오류를 확인했다는 것이 당시 알려졌던 내용이지만 오래전에 상황을 파악했던 셈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규제기관이 방폐물 무단 반출을 조사하면서 핵종분석 문제도 이미 인지했을 것이라며 조사 축소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방사선방재국장에 재직한 바 있다. 

◇ 매번 일 터져야 나서···방폐장 특별검사는 구색맞추기?

앞서 폐기물 무단 반출 사건도 연구원이나 원안위 자체 조사가 아닌 2016년 한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원안위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특별검사를 실시했고, 서울 연구로 해체 시 발생한 폐기물을 포함해 총 34건의 위반사항을 밝혀냈다. 2017년 4월 68회 원안위에서 연구원에 과징금과 과태료 총 19억81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한 바 있다. 

원안위 조사 후에도 연구원 폐기물 문제는 불거졌다. 지난해 1월 원안위는 연구로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외부에 처분됐다는 제보를 받고 2월부터 6월 말까지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잠잠해질 것으로 여겼지만 같은해 10월 사라진 폐기물 가운데 중·저준위 10t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한 의원실에 보고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에 원안위는 미확인된 부분에 대해 다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올해 결과를 내놨다. 폐기물 무단 반출 건을 포함해 핵종분석 오류, 한빛 원전 격납건물 공극 등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만 나서는 규제기관에 지역 사회의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본격 일자 원안위는 연구원 폐기물만 조사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원안위 측은 "연구원 폐기물의 경우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원전 폐기물은 척도인자를 이용한 간접 측정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원안위의 이같은 언급은 연구원 답변과도 엇갈렸다. 그러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폐기물을 포함해 실제 2600드럼 가운데 474드럼에는 간접 측정 방식이, 나머지는 직접 측정 방식이 적용됐다.

직접 측정은 드럼을 개봉해 시료 채취 후 알파와 베타선까지 측정하고, 간접 측정은 감마선만 계측기로 측정한 후 척도인자를 이용해 알파와 베타의 비율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척도인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알파, 베타 농도 분석을 위한 샘플 데이터가 필요하다. 시료 채취 후 측정값을 토대로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척도인자를 도출한다. 척도인자 개발을 위해 수행된 방사능 분석이 정확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동일 기관에서 업무를 실시했음에도 연구원 폐기물만 조사 범위로 단정짓는 행위는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원안위는 11일까지 원자력환경공단의 방폐물 관리실태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선 조사는 폐기물 발생자에 한정됐다면 이번에는 처분시설 운영 이후 방폐물 인수·저장·처분 행위의 적정성을 확인한다는 목적이다. 검사단 구성원 일부는 과거 핵종분석 오류 기관 회의에 참석했던 실무자들로 나타났다.

'원자력법 시행규칙 제98조'에 따라 폐기물 처분을 원하는 기관은 핵종과 농도, 방사능량 등을 인수기관인 환경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이력을 전제로 공단의 인수검사와 규제기관의 최종 처분 검사를 통해 방폐장 처분 허용이 결정된다. 지난 조사 결과 연구원이 수행한 핵종분석에 대해 처분기관이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이번 특별검사의 목적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인수검사가 미흡했다면 규제기관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느냐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당장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경우 핵연료 주기마다 척도인자의 유효성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있다. 세부방법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수립하지만 수행방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규제기관의 주재관이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검토한다. 한국의 경우 척도인자 개발 단계에서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지만 2년에 1번 실시되는 주기적 검증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안위가 공단 특별검사를 실시하면서 지난번 조사에서 이미 봤던 자료만 또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건의 주범인 연구원 내부에서는 기관 전체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원자력계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는 고사하고 당장 중·저준위 문제부터 해결해야 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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