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韓·日 경제전쟁, 부메랑과 전화위복
[홍승희 칼럼] 韓·日 경제전쟁, 부메랑과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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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정치문제에 묻혀 매스 미디어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 한국의 최대 위협은 뭐라 해도 일본의 기습에 의해 벌어진 한일 경제 전쟁이다. 미중 무역 분쟁 역시 거의 전쟁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매순간 조심스럽게 발 놓을 자리를 찾아가며 내디뎌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미 기업들도 나름 대응력이 생긴 듯하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경제공습이 우리에게 던진 것은 초기에 느꼈던 위기감이 다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경제공습은 한국에 상당히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위험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과 달리 장비를 일본에서 전적으로 수입하던 중소기업 등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위험 영역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일본의 금융을 통한 공격 가능성도 잔존하고 있다. 공격 가능한 형태 및 규모 등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에서도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여하튼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는 복병이긴 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부동의 세계 1위를 향한 과감한 투자를 해나감으로써 그동안 움츠러든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또 그동안의 기술개발들이 일본의 경제공습을 계기로 더 박차를 가한 덕분인지 요즘 잇달아 혁신제품들을 내놓으며 몰아서 실적들을 쏟아내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후퇴를 시작한 일본 전자업계에 비해 한국 글로벌기업들의 지금과 같은 공격적 투자가 지속된다면 몇 안남은 일본 대표기업들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때 기술 강국의 위명을 떨치던 일본의 모습은 요즘 그들 대표기업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 간 전쟁 못지않게 그 싸움의 배후에는 양국 정부와 국민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간 전쟁이 기술패권전쟁의 양상을 띤다면 양국 정부의 싸움은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쟁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현재 일본과 한국의 경제 격차나 기술 격차 등을 비교적 정확히 짚어내 적절한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대체적 수준에서 보면 항목별로 들쭉날쭉 하지만 일본의 80% 전후로 평가할 만하고 이런 한국의 빠른 추격은 일본의 경계심을 극도로 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도 한국의 대표산업인 반도체를 주 타깃으로 공격했고 그 공격의 과정도 퍽 야비했다. 듣기로는 일본이 이번에 수출규제 한 원료들의 공급 조건으로 생산설비 배치도 및 제조공정 등 기밀사항을 다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산업스파이가 아니라 산업깡패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일본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에 대해 과감하게 반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떻든 엄청난 긴장 속에 시작된 이 경제전쟁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오랜 숙제였던 대기업과 관련 중소기업의 협업을 통한 공생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 또한 그로 인한 국내 일자리 증가의 동력도 생겼다.

기업간 이런 문제 외에 뜻밖의 흑기사로 등장한 국민 대중의 자발적 일본 불매운동이 일부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일본 내에는 갈등의 소지를 던져줌으로써 한국 정부의 발언권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 여행 보이콧은 그동안 한국 관광객들에 의해 생성됐던 일본 지역 소도시 관광을 초토화시키며 일본 지역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는 소식들이 계속 들려온다.

게다가 잦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뜻밖에 한국정부에 힘이 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의 실질적 피해가 누구에게 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기술혁신의 계기를, 중소기업은 새롭게 조성되는 산업생태계에의 자연스러운 편입을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한일경제전쟁 와중에 영국, 이스라엘, 남미공동체 등과의 FTA 체결 및 인도, 사우디, 러시아 등과의 MOU 등 외교적 성과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에 R&D센터를 세우겠다는 세계적 기업들의 출사표도 고무적이다.

한국 경제는 오히려 이번 경제전쟁의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동력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북아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맞짱 뜨며 한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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