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강요 없었다"···업계 "통상적이지만 부담스런 금액대"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들에 무리한 협찬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각 항공사들은 최소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항공권과 기념품, 다과 등을 후원했는데 이는 자발적인 후원이라기보다 국토부가 지닌 노선 허가권 및 운수권 배분 등 지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후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무소속 의원과 국토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5월 8∼10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운송 심포지엄 및 국제항공협력 콘퍼런스 2019'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국토부와 ICAO가 공동주최하고 국토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회원국 장·차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회의였다. 국토부는 이 행사를 한국의 ICAO 이사국 7연임 달성 등을 위한 자리로 활용했다. 여기서 유 의원은 국토부가 지난 2월 사전준비 회의를 하면서 국내 항공사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에게 공식후원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국토부는 항공사별로 후원 가능한 물품을 선택하게 하고 개별 항공사 후원 방식 등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실이 국토부·항공사를 통해 확인한 것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만찬(2962만원), 홍보 물품(38만원)과 함께 퍼스트클래스 왕복항공권 2매와 비즈니스클래스 업그레이드 17매 등을 후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념품(600만원)과 함께 비즈니스 왕복 항공권 4매 등을,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각각 1000만원에 육박하는 '티 타임 행사'와 홍보 물품을 후원했다.
항공 조업사 샤프에이비에이션K도 오찬(1950만원)을 후원했고,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는 오찬(3825만원)과 홍보 물품(343만원)을, 한국공항공사는 오찬(4250만원)과 홍보 물품(89만원) 등을 후원했다.
윤 의원은 "항공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토부가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항공사에 후원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발적인 후원이 아니라면 전형적인 '갑질'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부가 최초로 제출한 후원 현황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퍼스트클래스 항공권 후원과 비즈니스클래스 업그레이드 후원 내용이 빠졌었다"며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ICAO 행사를 국내에 유치하면서 ICAO 규정에 따라 협찬이 가능한 내용을 항공사에 안내한 것이지, 협찬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항공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며 후원등급에 따라 홍보도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협찬이라고 하기엔 금액대가 많이 부담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운수권 등을 고려했을 때 후원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이건 회사마다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